비트코인이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비트코인이 지정학적 불안에 대한 위험 분산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일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으로 19일 오후 1시 35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전날보다 2.07% 오른 9만3725달러(약 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3일 기록했던 최고가 9만3400달러대를 6일 만에 뛰어넘으며 사상 처음 9만4000달러선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지난 6일 오전 7만 달러선 아래에서 거래되던 가격과 비교하면 2주 만에 상승폭도 약 35%로 늘렸다.
이날 상승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는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그동안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 때마다 하락했던 것과 달리 이날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기반한 옵션 상품이 첫 거래를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장중 거래된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 거래물량의 85%가 비트코인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거래였다.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와 관련한 위험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미국 CNBC 방송은 “금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자산은 많은 투자자에게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몰수될 수 없는(non-confiscatable)’ 장기 헤지(분산·회피)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은 장기적인 역사가 없고 극심한 변동성으로 단기 트레이더에게 유리할 수 있는 위험 자산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계속해서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낙관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트럼프 미디어앤테크놀로지 그룹이 가상화폐 거래소 백트(Bakkt)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연말까지 10만달러에 도달할 것이란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야후파이낸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주주로 있는 트럼프미디어와 코인 거래소 백트의 인수 협상 소식 때문으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은 양사의 제휴가 코인 거래를 더욱 장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