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이면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반년이 된다. 미국 등 주요국의 대형 정치 이벤트, 내수 부진 장기화, 환율 변동성 심화 등 겹악재에 둘러싸인 국내 산업계는 입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선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 지원을 골자로 한 ‘반도체 특별법’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결함에 따른 국민 우려를 낮추기 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등을 논의 중이다.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민생 관련 법안으로 관심을 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국내 산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만한 법안을 선정하고 해당 법안의 핵심 쟁점을 들여다봤다.
◆‘반도체 특별법’ 여야 모두 당론으로…관건은 ‘주 52시간’ 예외 여부?
반도체 특별법은 산업 관련 법안 중 가장 뜨거운 감자다. 여야 모두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해당 법안을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특별법은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5년 단위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 수립 의무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성장,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회계의 설치·운용 근거 마련 ▲정부의 반도체 위탁생산 산업발전 등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시책 수립·시행 및 보조금 등 재정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반도체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는 각오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 포럼은 경기도와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협약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포럼 대표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반도체 특별법은 ‘적시 지원’, ‘전폭 지원’, ‘계속 지원’이라는 3대 지원 원칙을 바탕으로 튼튼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여야 모두 반도체산업 지원엔 이견이 없다. 다만 R&D 업무 종사자에게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예외로 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면제)’ 조항을 두고선 입장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한해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관한 규정을 예외로 두자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한 법 통과 후 근로시간은 추후 특위를 만들어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특별법이 한시법인 만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산업을 지원하는 조항은 반드시 의무조항으로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기차 안전성 제고 법안 여럿… 온플법 통과 여부 주목
전기차 화재 및 급발진 사고 등 자동차업계에 영향을 미칠 법안도 여럿 발의됐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터리 등 핵심장치에 안정성 인증을 받은 후 최근 2년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횟수 이상 동일한 결함이 발생한 경우 안정성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대표 발의했다. 그간 핵심장치에서 제작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한 인증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자동차제작사 등이 사고기록추출장치를 시중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급발진 추정 사고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신속하고 명확히 원인 규명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룡 플랫폼’의 시장 지배적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시장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온플법)’ 제정을 두고선 찬반이 팽팽하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초기부터 온플법을 10대 추진 법안 중 하나로 선정하는 등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의 혁신동력 상실, 토종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등을 우려하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법안도 주목된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합’ 의견을 제시한 경우, 최장 15개월이 걸리는 심사 기간에도 대기업의 사업 인수, 개시 및 확장을 제한하자는 게 골자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