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상륙 한 달… 국내 비만약 키워드는 ‘단점 보완’

국내 제약사에서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의 기준점이 되고 있는 위고비. 노보 노디스크 제공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은 비만약 ‘위고비’가 지난달 15일 한국에 상륙하고 한 달여가 흘렀다. 덴마크의 글로벌 제약업체 노보 노디스크에서 개발 및 출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세마글루티드’ 기반의 치료제 위고비는 국내 출시와 동시에 품귀현상을 빚는 등 위세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도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위고비의 ‘단점 보완’을 내세우며 더 나은 신약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가 국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면서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위고비를 기준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미약품 “독자 기술로 부작용 줄인 한국인 맞춤약”

 

국내 제약업계 비만 신약개발 레이스의 선두주자 한미약품은 최근 ‘에페글레나타이드’ 기반의 비만 치료제 출시를 2026년 하반기로 앞당긴다고 밝혔다. 임상 시험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이상 일정을 단축한 것. 한미약품 관계자는 “국내 비만 신약으로는 최초 출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기존 GLP-1 유사체 기반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 증상 감소가 기대된다.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방식으로 위장관계 부작용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또 한 가지 차별점은 ‘한국인 맞춤’ 비만약이라는 것. 한미약품 관계자는 “위고비는 백인과 흑인 위주로 임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신약은 국내 비만 환자 42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GLP-1 계열 약물 중 가장 우수한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능 가능성이 확인된 점, 자사의 바이오의약품 전용 국내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인 만큼 기존 수입약과 비교했을 때 안정적 공급과 합리적 가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현재 비만 치료제의 단점은 지우고 효능은 키운 신약 2종을 개발 중에 있다.

 

◆ 대웅제약 “특허 물질로 효능 높여… 알약으로 편하게”

 

대웅제약은 경구용(經口用) 혁신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그 과정에서 GLP-1 및 GIP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 신약 물질을 발굴하고 최근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 회사 관계자는 “식욕을 억제하는 GLP-1 뿐 아니라 인슐린 분비를 돕고 지방 에너지 소비를 촉진해 지방 대사를 돕는 GIP 호르몬에도 작용해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물질”이라며 “또 GLP-1과 GIP 수용체 작용제를 병용하면 구역질과 구토 증세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요 비만약이 주사로 약물을 투입하는 것과 달리 알약으로 복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점도 눈에 띈다. 관계자에 따르면 주사 치료는 아무래도 부담감과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알약 형태로 먹을 수 있는 비만약이 나온다면 편의성 면에서 선호도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비만약 중 알약 형태가 거의 없는 것은 주사보다 약물 흡수율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인데 대웅제약은 이번 신약 후보물질의 경우 저분자로 이뤄져 위장관에서 흡수가 잘 된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저분자 기반 의약품이 고분자 기반 의약품보다 생산이 용이하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도 덧붙였다.

 

해당 신약 후보물질의 국제 특허 출원 및 상업화도 추진 중인 대웅제약은 영장류 효력 시험을 포함한 추가 연구를 병행하는 동시에 공동 개발 및 라이선싱 아웃 같은 다양한 파트너십 협상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 대원제약 “붙이는 비만약”… 동아ST “위고비보다 우수한 효과”

 

대원제약은 라파스와 공동으로 붙이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다. 코드명 ‘DW1022’가 그것으로, 지난달 임상 1상 환자 투약을 완료했고 다음달 중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원제약은 DW1022가 주사 형태의 위고비를 피부에 붙이는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바꿔 투약 부담감을 줄이고 편의성을 올린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전문의약품 전문업체 동아에스티(ST)도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코드명 ‘DA1726’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할 뿐 아니라 기초대사량도 증가시켜 체중 감량을 이끈다. 동아ST는 해당 치료제의 성분이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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