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 부진, 수출 둔화 등으로 경기가 나빠진 것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달러화와 비교하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때문에 섣불리 인하하기도 어렵다. 시장에서는 환율 불안으로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8일 한은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할지, 조정할지 결정한다. 또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제시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지난달 금통위에서 3년 2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하며 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쳤던 만큼 경기가 좋지 않고, 내수 부진, 트럼프의 관세 정책 등으로 성장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은 우리나라의 올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다. 지난 1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0.3%포인트 하향한 2.2%로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내렸고,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2.0%로 낮춰 잡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을 2.2~2.3% 정도로 생각한다”며 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11월 경제전망에서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경우 금리 인하 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쪽은 최근 14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과 가계부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달 초 한은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11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한은이 물가 오름세 완화, 가계부채 증가폭 축소, 경기둔화 우려에도 10월 금리 인하 효과의 점검 필요성, 최근 높아진 외환시장 변동성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원·달러 환율은 미 대선 영향, 엔화·위안화 약세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 등으로 상승 압력이 지속되겠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매도물량출회가 상승폭을 제약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