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의 키워드는 ‘로봇’이었다. 여러 글로벌 IT∙가전기업의 수장들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초고도화 로봇 시대의 도래와 그 대응을 얘기했다. AI 자율주행 순찰로봇 전문업체 ‘도구공간(DOGU Inc.)’은 ‘K-로봇’의 우수성을 뽐낸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CES 무대를 누비며 자체 개발 로봇 ‘이로이’와 ‘로브제’를 알린 김진효 도구공간 대표를 만났다.
-2년 연속 CES에 참석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지난해는 LLM(대형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면, 올해는 젠슨 황 엔비디아 사장이 피지컬 ‘피지컬 AI’를 언급하며 로봇이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걷고, 뛰고, 날고, 굴러다니는 모든 AI가 급부상하면서 도구공간의 로봇도 전 세계 참관객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AI 자율주행 순찰로봇이란 개념 자체에 흥미를 보이고 그 필요성과 혁신성과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분들이 많았다. 기존 순찰로봇과 달리 AI를 바탕으로 위험 상황을 판단한다는 점이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이번 CES를 통해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 것 같다.

-올해 로브제, 지난해 이로이가 CES에서 눈길을 끌었다. 도구공간 로봇만의 특징은.
▲다양한 환경에 알아서 적응해 안정적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주변 환경에 맞춰 스스로 최적의 주행법을 선택하고 적용하는 기술이 탑재된 덕분이다. 일반적으로는 순찰로봇은 실내용과 야외용의 운행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에 겸용이 어렵지만, 우리 로봇은 다르다. 수십 가지 환경에 적응해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도구공간의 로봇은 주요 기능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된다. 방수, 방진, 열악한 환경에 특화된 패트롤을 도는 로봇인 ‘패트로버’, 사용자 경험을 위해 대형 디스플레이를 갖춘 이로이(세상을 이롭게 하는 로봇), 어떤 용도로든 쉽게 변형 가능한 모듈형 로봇 로브제(로봇+오브제)다.

-창업 10년도 되지 않아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는데.
▲2017년 창업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그때는 시장 전체가 대부분 ‘날 것의 기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 자율주행 로봇 회사들이 이제 막 문을 여는 시기였다. 2010년 구글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발표한 뒤 국내의 다수 연구소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봇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들이 연구실을 막 벗어나 시장에 소개된 시기였다.
현재는 로봇의 상용화가 꽤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창업 당시를 떠올리면 감회가 새롭다. 로봇은 ‘종합예술’이다. HRI(인간 로봇 상호작용)부터 디자인, 자율주행, 충전, 제어, 서비스 AI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한 점이 이 산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목표는.
▲현재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사람을 돕는 로봇들을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화재를 진압하는 로봇, 쓰러진 사람을 심폐소생술로 구하는 로봇, 위험 물질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로봇, 범죄자의 이동 진로를 방해하는 로봇 등이다. 이러한 로봇들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다. 순찰∙안전 분야에서 1등, 그리고 개인로봇(Personal Robot) 시장에서 글로벌 톱이 되고 싶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도구공간은…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에서 자율주행과 로봇 협업 시스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진효 대표가 2017년 창업한 도구공간의 사명은 로봇이라는 ‘도구’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뜻을 담았다. 대구 본사, 서울 연구소, 미국 오피스에서 40여 명이 직원들이 근무 중으로, 김 대표는 이들은 ‘도공’, 도구공간을 만들어 가는 장인들이라고 표현했다.

회사는 ‘메이킹 더 월드 세이퍼(Making the World Safer)’, 즉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AI 자율주행 순찰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미국법인 설립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 도구공간은 주력로봇인 순찰로봇을 ‘AI-파워드 세이프티 로봇(AI-powered Safety Robot)’이라고 표현한다. ‘시큐러티(Security)’라는 단어 대신 ‘세이프티(Safety)’를 사용한 것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김현석 도구공간 PR매니저는 “단순히 카메라로 순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센서를 바탕으로 가스 누출, 이상 소음 발생, 사람 쓰러짐 감지 같은 여러 가지 위험 상황을 체크하고, 공장에서 인부들이 안전모를 착용했는지 판단하는 등 안전한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