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공화국’인 한국에서 아파트 선호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64만2576건 이뤄졌다. 이 중 아파트 거래량은 49만2052건으로 전체의 76.6%를 차지했다. 거래 주택 10채 중 8채 가까이가 아파트였던 셈이다. 아파트 거래 비중은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높다.
주택 매매거래에서 아파트 비중은 60% 중후반에서 70% 초반대를 오가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0년 73.0%까지 뛰었다. 하지만 2021년 아파트 거래 비중은 65.9%로 낮아졌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2022년에는 58.7%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2023년 역전세∙전세 사기 사태로 빌라(다가구∙다세대∙연립) 매매거래량이 전년의 14만2000가구에서 9만3000가구로 34% 급감하자 아파트 거래 비중은 다시 74.2%로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빌라 거래량이 20만4000가구로, 전세 사기 사태 이전인 2021년 수준(24만1000가구)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동시에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보다 19.5% 늘면서 아파트 거래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비중은 서울보다 지방이 훨씬 높았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매매 거래에서 아파트 비중은 62.4%였지만, 대구(2만7663건 중 2만5027건)와 광주(1만8497건 중 1만6740건)는 90.5%에 이르렀다. 울산(89.5%), 대전(82.5%), 경남(81.9%), 부산(81.3%)도 아파트 거래 비중이 80%를 넘었고, 세종은 주택거래의 96.3%를 아파트가 차지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비(非)아파트 시장 침체가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터라 아파트 선호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MZ세대가 시장을 주도하는 ‘큰 손‘이 된 점이 쏠림 현상을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아파트 거주 비중은 73.9%에 달한다. 또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해 거래된 전국 아파트 49만2052가구 중 30대의 매입 비중이 26.6%(13만973가구)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