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 해법은] “관세 폭탄 피하자”…관료도, 기업도 대미 아웃리치 활동 총력

산업부 박종원 차관보 워싱턴DC行. 상무부·무역대표부 등과 무역현안 논의 예정
민간에선 대한상의 중심으로 통상 아웃리치 활동 전개…최태원 등 20대 그룹 대표 방미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섬유센터에서 열린 ‘미국 관세 조치 대응 회의’에서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 신(新)행정부가 주요 무역 상대국에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면서 대미(對美) 흑자국인 우리나라로선 트럼프 정부 측과 접촉을 통한 위기 해법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전 세계 각국 정부가 트럼프 발 관세폭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와중에 우리나라만 탄핵 정국으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라 신속한 위기 해법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선 민∙관을 가리지 않고 미국 정계 및 재계와 소통 범위를 넓히는 등 위기 해법 마련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한 달을 즈음해 최근 정∙재계 고위 관계자들이 연이어 방미길에 올라 관심을 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이날부터 21일까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 등의 고위 당국자와 면담할 예정이다. 탄핵정국이 장기화하며 대미 정상외교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 측 고위급 인사가 직접 트럼프발(發) 관세 위기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고위급 통상 당국자가 워싱턴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처음이다. 앞서 지난 15일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지만, 면담 시간이 40분으로 짧았던 데다 논의 주제가 외교로 제한됐다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미국이 무역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뿐만 아니라, 세금(부가가치세 등), 보조금, 환율, 불공정 관행 등 비관세조치도 고려해 검토 후 국가별 상호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시행할 거라고 분석한다. 박 차관보는 미 정부의 관세 부과 방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한국 측 의견을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차원의 대응도 분주하다. 이들 기업인들은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워싱턴 D.C.에서 미국 정∙재계 인사를 연달아 만난다. 경제사절단은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 조선, 에너지, 플랫폼 등 한미 경제협력의 핵심 산업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다.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삼성, 현대차, LG를 포함한 20대 그룹의 주요 고위 인사가 미국으로 향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2일 자동차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자동차 산업의 위기감이 짙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미국 수출실적은 101만3931대로 전체 수출의 46.6%에 이른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원 넘게 줄어들 거란 암울한 전망도 있다.

 

지난 16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간경제사절단 만찬간담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경제사절단은 첫날 미국 상·하원 의원, 주지사, 내각 주요 인사 등 150여 명이 참석하는 ‘한미 비즈니스 나이트’에 참석해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튿날엔 미국 백악관 및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한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 동안 추진할 경제∙산업 정책을 논의하고, 한국 기업들의 대미 액션플랜을 소개한다. 한국무역협회는 다음 달 중 윤진식 무역협회장과 임원 등 10여명이 미국 애리조나, 텍사스, 테네시 등 남부 주들을 방문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오는 4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통해 양국 간 경제협력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할 계획이다.

 

 무역협회 측은 “한국 기업들은 대미 투자·중간재 수출 등을 통해 미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면서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의 면담을 적극 추진하는 등 현지 네트워크를 넓혀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원 넘게 감소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전경. 현대차 제공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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