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 무려 61조원 ·비중 18% 역대 최대…‘유리지갑’에 기댄 나라곳간

 

 지난해 일명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사상 첫 6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8%대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반면 경기 침체로 법인세 수입은 2년 연속 감소하면서 근로소득세와 격차는 비슷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 결산자료 및 국세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61조원으로 전년보다 1조9000억원 증가했다. 취업자 수와 명목임금 증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용 근로자 수는 1635만3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18만3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상용 근로자 1인당 임금은 416만8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근로소득세 수입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25조4000억원에서 2016년 30조원대에 진입했고 2020년 40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61조원까지 치솟으며 10년 새 2배 넘게 불어났다. 근로소득세는 늘었지만 전체 세수는 줄며 근로소득세 비중도 확대됐다.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국세 수입의 18.1%를 차지했다. ‘월급쟁이’ 직장인이 낸 세금이 국가 세수의 5분의 1을 책임지는 셈이다. 근로소득세 비중은 2005년 8.2%에서 2010년 10%대로 올라선 뒤 2014~2018년 동안에는 12%대로 늘었다. 약 10년 만에 두배 이상 확대된 상태다.

 

 반면 경기악화로 기업실적이 떨어지면서 법인세는 2년째 감소했다. 지난해 법인세는 62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7조9000억원 급감했다.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2년째 하향세다. 이에 따라 법인세 비중도 작아졌다. 지난해 국세수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8.6%로 2005년 이래 최소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국세수입 실적은 336조5000억원으로 예산(367조3000억원)에 비해 30조8000억원이나 모자랐다. 2023년(56조4000억원)부터 2년간 87조2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났다. 지난 2년 동안에는 세수 펑크가 발생했지만, 앞서 2021년과 2022년에는 세입예산보다 각각 61조4000억원, 57조3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혔다. 2년간 120조원에 이르는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하는 것은 경기 상황에 따라 진폭이 큰 법인세 때문이다.

 

 올해도 세수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법인세가 덜 걷히고 근로소득세가 늘어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근로소득세 수입이 법인세 수입을 처음으로 앞지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 탓에 경기 상황에 좌우되는 세목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된 세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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