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이사회 장악 시도를 막아냈다. 다만 김광일 MBK 부회장을 비롯한 MBK·영풍 측 이사 3명이 이사회에 진입했다.
고려아연은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제51기 정기 주총을 열고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 등 7개 안건을 처리했다. 핵심 안건인 ‘이사 수 상한 설정안’은 출석 의결권의 71.11% 찬성으로 가결됐다.
양측은 25.42% 지분을 가진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 가처분, 기습 배당, 장외매수 등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인 끝에 최 회장 측이 이날 주총 직전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이에 이사회는 최 회장 측이 주도를 잡고 진행됐다.
이사 수 상한 설정안의 경우 종전 제한이 없던 이사회 이사 수를 최대 19명으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최 회장 측이 제안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17명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고려아연 이사회를 단번에 장악하려 했지만 영풍의 의결권이 무력화 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집중투표제로 표결이 진행된 이사 선임 표 대결에서는 최 회장 측 추천 후보 5명과 영풍·MBK 연합 측 추천 후보 3명이 선임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는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서대원 BnH세무법인 회장이 분리 투표를 통해 선임됐다. 이로써 주총 직전까지 ‘5-1’이던 고려아연 이사회 구조는 ‘11-4’로 재편됐다.
최 회장 측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김보영 한양대 교수가 재선임됐고, 제임스 앤드루 머피 올리버 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이 신규 선임됐다. 영풍·MBK 측은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이 신규 선임됐다.
MBK영풍·MBK 측은 이날 영풍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며 법적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이사 수 상한이 19명으로 설정되고, 이사 선출 시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영풍·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사태로 MBK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