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산불, 213시간만에 주불 진화... 축구장 2602개 규모 면적 잿빛으로

30일 주불 진화를 마친 경북 안동시 남후면 일대 산들이 까맣게 타 있다. 뉴시스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해 열흘간 하동군·진주시·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지며 일대를 초토화한 산불이 발화 213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번 화재의 산불영향 구역은 1858㏊. 축구장 약 2602개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께 산청 시천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뒤 213시간 만이다.

 

고기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30일 “지난 21일부터 경남과 경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산불은 총력 대응 끝에 주불을 모두 진화했다”고 밝혔다.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하동 옥종면과 진주 수곡면까지 빠르게 번졌다. 진주로 이어진 산불은 발화 2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산청·하동 지역 산불은 지리산 국립공원 일부까지 확산됐다.

 

지리산 산불은 전체 피해 면적 중 123ha로 비교적 작았지만, 진화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지리산은 조릿대, 진달래, 굴참나무, 소나무 등이 밀생한 험준한 지형에다, 낙엽층이 깊고 무거워 불길이 지하로 번지는 지중화 양상을 보였다. 경사도 40도에 달하는 급경사 지형과 진입로 부재로 진화 인력과 장비의 접근이 어려웠다. 순간풍속 초속 10~20m의 강풍으로 인해 불티가 사방으로 퍼지는 비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두 차례 비가 내렸지만 누적 강수량이 1㎜ 미만으로 효과는 미미했다. 그럼에도 진화대원들의 밤샘 작업과 주한미군의 치누크 헬기를 포함한 수십 대의 헬기 투입이 큰 역할을 하며 주불을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이번 산불 진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현지 특성상 두꺼운 활엽수 낙엽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헬기로 많은 물을 투하했지만 불이 낙엽층 아래에 있어 꺼진 산불이 다시 되살아 나는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해발 900m의 높은 봉우리에는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임도가 없고, 활엽수 낙엽층과 밀도가 높은 작은 나무, 풀들로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기 어려웠다”며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수행한 모든 분의 헌신적 노력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고기동 본부장은 이날 경북도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산불은 인명과 재산 피해 모두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인명피해는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모두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산불 피해 영향구역은 총 4만8000여㏊로 추산됐다. 주택 3000여동이 전소되고, 국가유산 피해 30건, 농업시설 2000여건 등 시설 피해도 컸다.

 

고기동 본부장은 “산불 피해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참담하며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의 상실감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부는 이재민 안정과 조속한 일상 복귀를 위해 공공기관 연수원과 민간 숙박시설을 임시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생업과 가까운 지역에 임시조립주택을 설치한다. 피해가 확인된 이재민에게는 지자체를 통해 긴급생활 안정지원금을 신속히 지원하고, 심리 및 의료 지원도 병행한다.

 

이번 산불사태가 발생한 뒤로 전날인 29일까지 약 1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피해수습과 이재민 지원에 참여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등을 통해 약 550억원의 성금이 모금됐다.

 

고기동 본부장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이번과 같은 산불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어 예방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산불 위험지역 수시 현장 점검과 진화인력·장비 선제 배치 등 철저한 초기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드론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산불 감시를 촘촘히 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자율순찰도 강화하겠다며. 매우 빠르게 확산하는 산불 경향을 반영해 주민사전대피계획을 세밀하게 수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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