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며 경쟁이 격화한 데다 오랜 내수 부진으로 소비자들의 심리마저 얼어붙으면서 주요 유통기업들은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활로 찾기에 나섰다. 주로 아세안(ASEAN)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며 영업력을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규모의 경제 달성, 현지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 채널 구축 및 진출국 소비자 취향 분석 등 현지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백화점∙마트 등 역성장 속 해외 힘주는 유통사
2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동향을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인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2003년 이후 가장 하락폭이 컸다. 슈퍼마켓 및 잡화점(-5.9%)을 비롯해 백화점(-3.3%), 대형마트(-2.3%) 등에서 판매가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해외시장에서 기회를 찾기 위한 경영활동도 활발한 모습이다. 우선 롯데쇼핑은 올해 글로벌 사업에서 매출과 이익의 동반 성장을 꾀한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은 지난달 롯데쇼핑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와 소비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싱가포르 현지 운영법인을 설립해 해외 사업을 본격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인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현재 총 4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이다. 2023년 베트남에 신규 오픈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이외에도, 하노이점, 호찌민점, 인도네시아 롯데몰 자카르타점에서 영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해외에서 완만한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롯데마트의 해외 매출은 2023년 1조4532억원에서 지난해 1조4970억원으로 3.0%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0억원에서 478억원으로 19.6% 증가했다. 롯데쇼핑 측은 “베트남에서 안정적 성장 지속 및 매출총이익률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각각 48개점, 15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현지 기업인 알타이그룹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몽골에 진출했다. 2016년 첫 매장을 개설한 후 지난해 말 5번째 매장인 드래곤터미널점을 열었다. 이마트는 오는 2030년까지 몽골 내 10개점 이상 추가 출점을 목표로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편의점도 해외 영토 확장…“유통사, 진출국 규제 대응 및 규모의 경제 달성 절실”
편의점 업계는 해외에서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는 지난 2월 말 현재 617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몽골 내 매장 수는 460개,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이 회사는 2018년 4월, 몽골 기업인 프리미엄 넥서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업계 최초로 몽골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씨유는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에서도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다.

GS리테일 편의점 GS25는 베트남을 핵심 공략 지역으로 꼽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GS25는 2018년 1월 호찌민에 1호점을 개점한 이후 베트남 남부에서 350개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달엔 하노이에 첫 매장을 여는 등 향후 본격적으로 베트남 북부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성화 GS리테일 신사업부문장은 “하노이 진출은 베트남 전역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GS25는 베트남 매장수를 연내 500개, 내년까지 700개로 늘려나간다는 각오다.
이마트24는 2021년 말레이시아에 해외 첫 매장을 오픈했고, 이듬해 싱가포르, 지난해 6월엔 캄보디아에서 1호점을 개설하는 등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해외진출 자체가 정답이 될 순 없다. 현지 사업이 철수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마트다. 이마트는 2015년 베트남 호찌민시에 고밥점을 개점했지만 현지 사업자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이보다 앞서 중국에선 2017년엔 현지 모든 점포를 매각하거나 폐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현지 당국의 규제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수”라면서 “적은 수의 오프라인 점포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운 점도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설명했다. 과거 대기업 유통 계열사에서 오랜 기간 베트남 법인장을 지냈던 한 인사는 “현지화에 성공하려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출점 전략 수립은 물론, 중장기적 관점에서 10~20대 소비자를 늘리기 위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활동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