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유통업] 표류하는 티메프 방지법, 오프라인 규제 개선 논의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명품 플랫폼 발란의 본사가 위치한 공유 오피스에 전 직원 재택근무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지난해 7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부터 올해 3월 홈플러스와 발란에 이르기까지 유통업계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회생 신청 사례는 방만한 경영과 출혈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동시에 사후약방문식 대처로는 사태 수습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물론 협력사, 입점사까지 피해가 연결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티메프 피해자들은 여전히 집단분쟁 중이고, 홈플러스 입점사들도 미정산 공포에 떨고 있다. 발란에서도 수 백억원 규모 미정산이 발생했으며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산 주기를 10~20일 이내로 제한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가 여전해 발란 사태가 초래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개정안은 국내 중개거래 수익(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 규모(판매금액)가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업체들은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20일 이내 직접 혹은 결제대행업체(PG사)가 관리하는 판매대금을 입점 사업자와 정산해야 한다. 이는 법 적용 대상 사업자의 평균 정산기일이 20일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숙박∙공연 등 구매 이후 서비스가 공급되는 경우 소비자가 실제 이용하는 날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정산해야 한다.

 

 플랫폼이 직접 판매대금을 관리하는 경우에는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안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예치된 판매대금은 압류할 수 없으며 플랫폼이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플랫폼이 파산하는 경우에도 입점 사업자에게 판매대금을 우선 지급하고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받도록 할 계획이다.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300억원 수준으로 개정안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여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탄핵정국까지 겹쳐 법안은 상임위에 표류 중이다. 현재 발란은 대규모 유통업자가 아닌 플랫폼 중개업자이기 때문에 규율할 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정산 기일을 손보고 현재 실정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같은 대규모 유통업체의 정산기한은 특약매입 상품의 경우 판매 종료 후 40일, 직매입 상품의 경우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다. 홈플러스의 경우 현재 대금 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유동성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일부 납품사와 입점사들은 정산기한을 단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최장 60일인 대규모 유통업체의 정산기한 적정성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경우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달에 두 차례 공휴일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오전 10시~자정) 등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을 손볼 시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안이지만, 24시간 365일 영업이 가능한 이커머스와 비교하면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얼마 전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규제 완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공정위도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제한 규제 완화를 권고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티메프와 홈플러스, 발란 사태의 핵심은 시장 경쟁 심화와 선두 기업의 독주, 경영 전략 실패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산주기 단축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며 “시장이 지금 성숙된 상황에서 더 커지지 않고 선두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한계기업들은 신속한 구조조정 또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발란은 부채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매출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등 경영 실패가 결정적이었으며, 홈플러스의 경우 경영 실패도 맞지만 오프라인 규제가 컸다”며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오프라인 규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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