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3일 공개하는 가운데 이미 발표된 25% 자동차 관세 부과 조치도 이날부터 발효돼 4일부터 공식 징수에 들어간다. 이러한 관세 효과로 국내 산업계는 곧바로 수출 감소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부과 시 9.3~13.1% 수준의 대미 수출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관세 부과 시 전반적 대미 수출에 악영향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해외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와 경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포고문에 서명함에 따라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총 708억 달러(102조1856억원)를 기록했는데 대미 수출액이 342억 달러(49조3471억원)나 된다. 전체 대미 수출액 1278억 달러 중에서는 26.76%에 달한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개별 기업들의 수출액 감소가 현실화될 수 있다.
멕시코에도 관세가 부과되는 점 역시 고민이다.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보다 임금이 낮은 멕시코에 진출해 완제품을 만들고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 협정)을 활용해 미국에 무관세로 차량을 수출하고 있는데 이 루트가 막히기 때문이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오로지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에만 관세 면제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던 기업은 기아자동차(멕시코시티∙몬테레이), 현대 트랜시스∙현대모비스∙현대위아(몬테레이), 경신(두랑고∙오므레곤), LS오토모티브(두랑고), 유라 코퍼레이션(코아우일라),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멕시코시티) 등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관세 부과 전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현지 소비자들로 각 자동차 매장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블룸버그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도 3월 판매량이 각각 13%씩 늘었고, 일본 업체 토요타와 혼다 역시 이 기간에 각각 7.7%, 13% 증가했다.
◆휘청이는 철강∙반도체 업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이후 자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가장 먼저 시행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철강을 무관세로 수출하면서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국 4위(263만톤)에 올랐지만 25% 보편관세 부과에 따라 수출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미국은 상호관세 부과와 함께 반도체∙의약품 등에 품목별 관세 부과를 실시한다는 계획이어서 반도체 업계도 살얼음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의 대미 수출액은 106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7% 수준이다.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반도체 수요가 높다고 하더라도 수출액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미국의 대중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제재로 인해 올해 2월과 3월 대중 반도체 수출은 각각 30%, 6.2% 감소하는 등 한국 수출 지표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 달러로 이중 중국과 홍콩이 각각 33.3%, 18.4%의 비중을 보였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50%가 넘는 만큼 대중 반도체 수출 감소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한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반도체 수출이 5.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25%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액 감소 규모는 10%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와 업계 대응책은?
탄핵정국이란 특수상황 아래 정부는 최근 국내 4대 기업과 경제안보전략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가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그룹회장∙최태원 SK그룹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수장을 만난 뒤 “자동차 산업을 포함, 각 산업계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원조치를 긴급하게 마련하겠다”며 “우선 미국의 각계각층에 전방위적인 아웃리치(대외 소통∙접촉)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총수들은 협상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도 대응에 나선 상태다. 당장은 미국과 협상 루트 마련에 열중이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대통령 보좌를 총괄하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딸이 소속된 로비업체와 계약을 체결했고, 현대차가 영입한 성 김 글로벌 대외협력∙홍보 담당 사장은 주한미국대사 등 미국 정부의 핵심 요직을 지낸 인물이다. LG그룹은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장 출신 제현정 박사를 산업정책 담당으로, 한화그룹은 마이클 쿨터 전 미 국방부 차관보 대행을 해외방위사업 총괄대표로 기용했다. 포스코는 회장 직속의 글로벌통상정책팀을 신설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 제조기업의 미 관세 영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60.3%가 트럼프발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45.0%는 ‘동향 모니터링’을 하는 데 그쳤고 20.8%는 ‘대응 계획이 없다’고 답해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은 대부분 대응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임이 드러났다.
중소기업 피해에 대비한 전략적인 통상 대응과 수출 지원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2일 트럼프 정부 1기와 다른 2기, 전망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엄부영 연구위원은 “국내 중소기업 피해에 대비해 적극적인 통상 대응에 나서야 하는데, 주요국 중소∙협단체 협력, 다자통상체계 활용과 유사국 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산업공동화에 대비해 중소 제조 기반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수출지원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재원∙박재림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