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란의 카타르 미군기지에 대한 보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이란간 전격 휴전 발표로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갈등 상황이 봉합되는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하는 것으로 완전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글을 올렸다. 양측이 현재 진행 중인 작전을 종료하는 약 6시간 후부터 휴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란이 먼저 휴전을 시작하고 그로부터 12시간이 경과한 시점에 이스라엘이 12시간의 휴전을 시작해 결국 이란의 휴전이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후에 양국 간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 휴전 기간 상대측은 평화적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전 세계는 12일 동안 진행된 전쟁의 공식 종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공식 합의 발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긍정적 메시지가 전해지고 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수도 테헤란 시간으로 늦어도 오전 4시까지 이란에 대한 불법 침략을 중단하면 우리는 이후 대응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이 공격을 멈추면 휴전에 동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무력 충돌은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미군이 지난 22일 이란 핵시설 3곳을 공격하자 이틀 뒤 이란은 카타르 내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다. 다만 이란은 사전에 공격 계획을 미국과 카타르 등에 알렸고 대상도 카타르의 미군기지로만 제한하는 등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국제 유가도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1.48달러로 전장 대비 5.53달러(7.2%)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 종가도 배럴당 68.51달러로 전장 대비 5.33달러(-7.2%) 떨어졌다. 이란의 자제하는 모습이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앞서 월가에서는 이란이 글로벌 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고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 상황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미국의 휴전안에 수긍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어느 한쪽이라도 공격받는 일이 생기면 즉각 보복 공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휴전이 성립되더라도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압도적 무력에 강제된 휴전일 뿐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이었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됐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의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파국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이란 공습에 대한 국내 여론이 회의적이고, 지지층이 분열되는 양상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불개입 노선을 스스로 어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이란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공습 작전을 거듭하면서 인적·물적 피해가 누적된 상황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