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수출이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을 뚫고 1년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트럼프 관세 폭탄 등의 여파로 4개월 연속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7일 발표한 ‘2025년 6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6월보다 2.3% 증가한 63억4000만 달러(8조8265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2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던 수출액이 증가세로 전환했다. 역대 6월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차종별로 보면 전기차 수출의 약진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전기차 수출은 2만2324대로 21.4% 증가하며 지난해 1월 이후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수출이 늘어난 건 유럽연합(EU)으로의 전기차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이브리드차 수출도 28.6% 증가한 4만8999대로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에 힘입은 지난달 친환경차(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7만5706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23.1% 증가했다. 수출액은 지난해 6월보다 18.7% 늘어난 22억 달러(약 3조610억원)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 감소가 눈에 띈다.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미국 내수판매 감소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6월보다 16.0% 감소한 26억9000만 달러(약 3조7428억원)로 나타났다.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월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올 상반기(1~6월)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액은 158억6700만 달러(약 22조694억원)로 전년보다 1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로 인해 같은 기간 북미 지역 자동차 수출액도 187억700만 달러(약 26조270억원)로 전년 대비 13.9% 줄었다.
대미 수출 감소에도 유럽연합(EU), 아시아 등 지역으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전체 자동차 수출이 늘었다. 6월 EU 수출은 7억7000만 달러(약 1조713억원)로 32.6% 늘었고, 기타 유럽은 6억 달러(약 8348억)로 52.3% 증가했다. 아시아는 6억2000만 달러(약 8626억원)로 35.6%, 중동은 5억2000만 달러(약 7234억원)로 11.9% 각각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독일과 네덜란드로의 수출이 2배 안팎으로 증가하는 등 성장이 두드러졌다”며 “지난해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전기차 수출 호조, KG모빌리티가 독일에 유럽 판매 법인을 신설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자동차 부품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한 18억 달러(약 2조5036억원)를 기록했다. 미국, 체코 등 국내 자동차기업이 해외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국가들과 카자흐스탄 등 사후관리(A/S) 부품 수요가 큰 국가들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결렬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활력을 잃지 않도록 기업과 소통하며, 신시장 개척, 미래차 산업경쟁력 강화, 수출피해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