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파도 넘은 삼성 이재용호… 반도체 회복 더해 바이오 신항로 향한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삼성전자가 반도체 회복, 신사업 육성 등으로 반등을 노린다. 서울 서초구의 삼성전자 사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사법 리스크에서 탈출하면서 반도체 기술 경쟁을 회복하고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바이오 사업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햇수로 10년 만에 사법 리스크의 굴레를 벗어난 이 회장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과제를 안았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회사 전체 실적의 50∼60%를 견인할 정도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실기로 인공지능(AI) 붐에 제때 편승하지 못하면서 몇 년 사이 실적이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년 전 대비 반 토막(4조6000억원)이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3년간 수성했던 D램 메모리 시장 1위 자리도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증권가 예상대로면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전사 실적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시급한 과제는 HBM3E(5세대) 개선제품과 HBM4(6세대)의 엔비디아 공급망 합류다.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는 1년 가까이 소식이 없다. 이에 이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회장은 2023년 방미 일정 중 황 CEO와 회동한 바 있다. 관련 기술과 인력 확보에도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시스

 

 분기마다 수조원대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올해 1분기 점유율을 기준으로 업계 1위 대만 TSMC(67.6%)에 크게 뒤진 삼성전자(7.7%)는 2나노 첨단 공정과 기존 공정의 수율 안정화에 집중하고, 한동안 속도 조절에 들어갔던 평택 P4(4라인)·P5(5라인)의 공사에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 중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의 분사 가능성을 일축하고 의지를 드러냈었다. 대만 TSMC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인수·합병(M&A)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도는 가운데 수장의 결정이 주목된다.

 

 그룹의 주요 신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차량용 전자∙전기 장비, 로봇 부문의 도약도 기대된다. 특히 이 회장이 ‘제2의 반도체’로 여기는 바이오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제공

 

 오는 10월 단순·인적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신설회사를 자회사로 둔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출범할 예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내 신규 투자를 맡아 온 사업 부문이 분할되는 만큼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 투자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계 1위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종 이상 제품군 확보라는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차세대 기술 분야 발굴과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순수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 회사가 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능력·포트폴리오 다각화·글로벌 거점 확대를 통한 역량 강화를 꾀한다.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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