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조선업 협력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실행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조선소, 선박 건조에 대해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미국은 조선소가 상당히 폐쇄됐기에 한국에서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며 “미국의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으로부터 배를 구매할 것이고 동시에 한국이 우리 국민을 활용해 미국에서 직접 선박을 건조하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조선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부 선박을 한국 조선소에서 직접 주문하되 일부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 건조하게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미국과 합의한 무역협상에서 마스가로 명명한 한미 조선 협력 펀드 1500억 달러(약 208조원)를 포함해 3500억 달러(약 486조원)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직후 워싱턴 시내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행사에서도 한미 조선업 협력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조선업이 누린 영광을 회복해 군사력 강화까지 이룰 수 있도록 마스가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 대통령은 “세계 1위에서 3위의 조선소를 보유한 우리 기업들은 상선부터 LNG선, 쇄빙선 등 첨단 선박까지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로 미국 조선업 재건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 조선업체들도 전방위적 지원 프로젝트를 속속 발표하며 마스가 프로젝트 이행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HD현대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관하에 열린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해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HD현대는 미국 조선소 인수,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인공지능(AI) 등 첨단 조선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도 이날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미 해군 지원함 MRO(유지·보수·정비)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미국 현지 조선소와 협력해 미국 해군 지원함 MRO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회사는 MRO 사업 협력 성과를 내 향후 상선·특수선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미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 추진, 협력 파트너 조선소 추가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 조선소를 보유한 유일한 조선업체인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거점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 측은 필리조선소의 도크 생산성을 2035년까지 연간 10척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연 매출도 현재(4억 달러) 10배인 40억 달러(약 5조원)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 추가 투자를 비롯해 현지 조선소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