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교통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이 올해를 전후해 첫 상용화 분기점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개발이 기술 시연을 넘어 국제 인증과 버티포트(UAM 이착륙장) 인프라, 그리고 운영 소프트웨어·데이터 경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누가 먼저 안전 기준을 통과해 실제 노선에 띄우느냐’가 승부처로 부상했다. 2026~2028년을 1차 상업 운항 개시 구간으로 보되 초기에는 제한된 노선·도시 중심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UAM 누가 먼저 선점할까
글로벌 판도는 미국·유럽·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은 FAA(미 연방항공청) 형식증명(Type Certification·항공기 설계·제작·성능·안전 기준을 통과했는지 인증) 절차의 후반부 단계로 진입하며 상용화를 향한 마지막 관문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처 에비에이션은 ‘미드나이트’ 기체로 실제 운항을 가정한 시험 범위를 넓히며 성능과 안정성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브 에어 모빌리티는 실물 크기 프로토타입 비행을 진행하며 개발 일정을 구체화했고, 중국 이항은 완전자율 2인승 기체를 앞세워 도심을 넘어 도시간 이동까지 겨냥한다. 다만 자율 비행은 기술만큼이나 사회적 수용성, 책임·보험 구조가 중요해 국가별 규제 속도와 기준이 상용화 시점을 가를 수 있다.
이런 경쟁 구도가 ‘쇼룸’에서 ‘운항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2026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해당 박람회에서 아처 에비에이션은 엔비디아의 산업용 안전급 AI(인공지능) 컴퓨팅 플랫폼 IGX Thor(산업용 AI 연산 장치·플랫폼)를 자사 eVTOL ‘미드나이트’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고성능 칩을 탑재하는 수준이 아니라 조종사의 상황 인지·판단을 돕는 안전 보조 기능을 강화하고, 비행 중 쌓이는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고도화해 향후 자율화(autonomy-ready·자율비행까지 확장 가능한 구조)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 통합을 개별 기체에 그치지 않고 향후 에어택시 운항 네트워크(운영 시스템·여러 대의 기체를 노선·시간표·정비까지 묶어 굴리는 체계)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UAM의 경쟁축이 ‘기체 성능’에서 ‘운영과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음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CES 전시장에서는 전통적인 ‘항공택시형 eVTOL’ 외에도 개인형·레저형 eVTOL(개인이 타는 레저용 비행체 콘셉트)이 함께 조명되며 eVTOL 생태계가 용도별로 세분화될 가능성도 부각됐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상용화 시장이 어디냐에 맞춰져 있다. 초기 상용화의 주 무대는 공항-도심 셔틀 같은 제한된 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 구간에서 안전·소음·정비·보험·요금을 포함한 ‘운영 패키지’를 먼저 완성하는 사업자가 신뢰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갈 길 멀다는 신중론
상용화의 또 다른 축은 인프라다. UAM은 도로를 쓰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도시 상공을 이용하는 만큼 버티포트(UAM 전용 이착륙장)와 버티패드(소규모 이착륙 지점), 충전·정비, 승객 동선과 보안 통제, 비상 대응, 소음 관리까지 포함한 복합 운영체계가 필요하다. 세계 곳곳에서 버티포트 네트워크 구상과 구축 프로젝트가 이어지며 올해를 기점으로 실증을 넘어 본격 투자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동시에 드론·UAM을 아우르는 저고도 교통관리 체계(UTM)를 마련해 하늘길의 규제틀을 다듬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하늘길은 결국 도시계획과 항공규제의 접점이어서, 지자체·공항·사업자·규제기관의 정교한 역할 분담이 필수다.
초기 상용화는 도시 전체를 한 번에 바꾸기보다 짧고 확실한 노선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공항-도심 셔틀, 관광·비즈니스 중심의 단거리 회랑(핵심 이동 구간)은 수요 예측이 비교적 쉽고 운영 리스크가 낮아 작게 시작해 신뢰를 쌓고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 여기서 관건은 초기 노선의 운항 실적이다. 사고 없이 운항을 반복하며 안전 데이터를 축적하고 소음·민원 같은 생활 이슈를 안정적으로 관리할수록 시장의 신뢰가 빠르게 쌓인다. 반대로 작은 문제라도 반복되면 수용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어 초반 운영 품질이 장기 확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우리의 준비 목표와 과제는?
한국과 국내 기업도 올해를 준비의 마감선으로 본다. 슈퍼널은 2030년 전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되 올해까지 기체 설계 확정과 규제 대응, 파트너십 구축을 마무리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 미국·한국 개발 거점을 기반으로 복수 규제 체계에 동시 대응하는 전략은 향후 국제 인증과 국내 운항 기준이 맞물리는 시점에 강점이 될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한국은 K-UAM 로드맵에 따라 단계별 실증과 상용화 목표를 세우고 기체·운항·버티포트 기준을 마련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단기간 대량 보급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항공안전 규정 충족, 주민 수용성, 소음 기준, 배터리 수명과 성능 저하, 전력 수급과 충전 인프라, 보험·책임 구조, 요금 책정과 수익성 모델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요금은 대중교통과 프리미엄 서비스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에 따라 시장 규모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변수다. 전력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운항이 늘수록 충전 수요와 전력 부하, 충전 대기 시간 관리가 도시의 새로운 운영 과제가 될 수 있다. 결국 UAM은 기체 산업이면서 동시에 도시 운영 산업으로 확장한다.
그럼에도 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인증 성과, 시범 운항, 버티포트 개장 같은 가시적 이정표가 등장하고, 2030년 이후 본격 양산과 노선 확대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누가 먼저 안전과 신뢰를 확보하며 작은 성공을 쌓느냐가 표준을 만들고 그 표준이 글로벌 시장의 승자를 가를 것이다.
한 항공 전문가는 “CES2026이 보여준 핵심은 UAM의 승부가 기체가 아니라 운영 시스템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라며 “형식증명을 통과한 뒤에도 교통관리, 정비, 보험, 요금까지 연결된 패키지를 안정적으로 돌려야 비로소 상용화될 수 있으며 올해는 그 운영 능력을 처음으로 증명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