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상경해 자수성가한 직장인들이 수도권 집값 폭등과 자산 격차 앞에서 깊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개천에서 난 용조각조차 서울에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든 현실이 젊은 층의 과도한 비교 문화와 맞물려 사회적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부동산 알아보다 우울증 생기는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지방의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 밝힌 작성자 A씨는 “공부를 잘해 서울로 올라왔고 또래보다 연봉도 높은 편이지만, 집을 사는 게 너무 큰 벽으로 느껴진다”며 “대학 진학 당시 느꼈던 계층 간 격차를 사회에 나와 훨씬 더 크게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설프게 공부해서 서울에 올라와 이런 세상을 알아버린 게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며 “어릴 땐 없던 집안에 대한 원망까지 생기고 긍정적인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당 게시글은 비슷한 처지의 청년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으며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우선 현실적인 자산 형성 방식과 심리적 타개책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한 번에 목표에 도달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부모 세대의 자산 격차를 인정하고, 시드머니를 모아 가능한 주거지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상급지로 갈아타는 정석적인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아파트 단일 거주에 목매지 말고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수용하며 현재의 행복을 찾으라”는 의견과 “미래를 위해 맞벌이나 현재 소비를 희생하는 현실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편에서는 한국 특유의 부동산 집착 문화와 과도한 경쟁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유독 한국이 자산의 최종 지향점을 부동산으로 두는 경향이 심하다”며 “남들과 지속해서 비교하는 문화가 개인의 피로도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지방 출신 누리꾼 역시 “출발선부터 다른 미친 경쟁 체제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며 “현 2030 세대가 겪는 상대적 박탈감과 행복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