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빙하와 암석 붕괴로 대규모 홍수와 토석류가 발생해 중국 측에서 7명이 숨지고 554명이 실종됐다. 이번 재해처럼 고지대 붕괴로 순식간에 발생하는 돌발 홍수는 기존 감시체계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중국 티베트자치구 응급관리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기준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 7명이 숨지고 554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로 분류됐던 현지 주민 2명은 구조됐다.
중국 당국은 지난 26일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빙하와 암석이 붕괴한 뒤 쏟아진 물이 계곡의 빙퇴석을 휩쓸면서 대규모 토석류로 발달해 네팔과 맞닿은 지룽현 일대를 덮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당국은 고무보트를 이용한 수상 접근과 산악지대 도보 수색, 드론 공중 정찰을 병행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구조인력 2141명이 현장에 배치됐으며 소방구조대원과 현지 간부 등 연인원 505명이 일선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자연자원 분야 전문인력 86명은 주변 산과 도로에서 추가 지질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피해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 1.02㎞도 복구됐다.
당국은 산사태로 생긴 자연댐인 언색호의 추가 붕괴 가능성도 감시하고 있다. 5명으로 구성된 관측초소를 설치했으며, 중국 수리부는 언색호의 유입·유출량과 안정성을 토대로 붕괴 위험과 예상 피해 범위를 분석하도록 지시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홍수가 고지대 산사태와 빙하 붕괴로 엄청난 양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지질학자들이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과 진흙이 빠른 속도로 밀려들며 불과 몇 초 만에 건물을 집어삼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돌발 홍수를 사전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빙하 위험 감시체계는 주로 특정 빙하호의 수위를 관찰해 하류 지역의 홍수 가능성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실시간 영상과 레이저 수위 측정, 현장 관측 등이 활용된다.
그러나 산이나 빙하가 갑자기 붕괴해 급류가 발생하는 상황을 포착하려면 훨씬 넓은 지역을 지속해서 감시해야 해 많은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 히말라야 고지대는 접근도 어려워 정밀 관측에 한계가 있다.
에런 후드 알래스카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 활동 측정과 원격탐사 기술을 활용해 해당 지역의 3차원 영상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형의 변화를 장기간 관찰하면 붕괴 위험을 평가할 수 있지만 드론이나 헬리콥터로 현장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2020년 정부 간 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팔에는 빙하호 2070개가 있으며 이 가운데 21개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중국과 인도의 히말라야 지역에도 다수의 빙하호가 분포한다.
네팔은 하천과 호수의 수위 변화를 토대로 한 홍수경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체계는 비교적 완만한 수위 상승을 감지하도록 설계돼 산 일부가 갑자기 붕괴하며 발생하는 급류에는 대응하기 어렵다.
수실 쿠마르 슈레스타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 관계자는 “경보체계가 작동하고 있었지만 홍수가 너무 빠르게 전개돼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빙하 위험 전문가 앨턴 바이어스 볼더 콜로라도대 교수는 실시간 경보가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범람원에는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등 토지 이용 대책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