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선대회장 6주기…품질·기술 향한 집념 재조명

기술·품질·혁신 통해 '초격차' 기틀 다져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그늘도

이건희 고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2012년 CES 삼성부스를 참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오는 25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6주기를 앞두고 그의 경영철학이 재조명받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오른 후 한국의 전자·반도체 산업을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언한 ‘신경영’은 삼성의 체질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반도체 산업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이 선대회장의 안목도 '초격차'를 이뤄낸 토대가 됐다.

 

 이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은 신경영, 품질혁신, 인재육성 등으로 요약된다. 그는 1993년 6월 세계 순방 중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서 전 세계 삼성 임원들을 소집해 최고 경영진 회의를 열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질적 경영의 중요성을 전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이다. 양을 앞세운 성장에서 벗어나 품질과 기술, 디자인으로 세계 일류에 도전하는 조직 DNA가 이식되며 삼성은 가전제품 및 모바일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했다.

 

 품질에 대한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선대회장은 1995년 6월, 구미공장 앞 들판에서 약 2000명의 임직원을 소집한 후 15만 대의 전화기와 팩스를 불태워 폐기했다. 직원들에게 품질의 중요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였다. 이후 삼성이 고품질의 프리미엄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에 집중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점은 대표적 성과다. 이 회장은 1980년대부터 반도체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했고,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과 삼성전자를 합쳐 투자를 집중했다.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했고, 이후 1200억원을 투자해 1994년 8월엔 세계 최초로 256메가바이트 D램을 개발했다. 256메가바이트 D램은 개발은 삼성이 업계 선두 자리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적 유산도 남겼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 이 회장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 약 2만3000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국보와 보물 등 지정문화재가 포함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은 개인의 문화적 자산을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로 확장한 사례다. 

 

 이 선대회장의 유산엔 그늘도 있다. 강력한 총수 중심 경영은 신속한 투자와 사업 재편에 순기능을 한 측면이 있는 반면, 의사결정 권한의 집중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라는 문제도 남겼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삼성 특검) 땐 4조5000억원대 차명재산과 1128억원의 조세포탈 혐의가 적발되며 이 선대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듬해 12월 단독 특별사면을 받은 후 2010년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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