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 연기됐으나…여전히 보험사 짓누르는 자본확충 부담

한은 기준금리 ‘빅 컷’에 예정이율 2~3% 상품도 추가 적립 필요
꽁꽁 얼어붙은 자금시장…한화·농협생명 등 고민 ‘심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1년 연기됐지만 여전히 무거운 자본확충 부담이 보험사들을 짓누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하면서 보험사들은 예정이율 2~3% 수준의 상대적 저금리 상품에도 추가 책임준비금 적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금시장도 꽁꽁 얼어붙어 튼튼한 자산건전성을 갖추지 못한 보험사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개최한 정례회의에서 IFRS17 시행시기를 당초 2022년 1월 1일에서 2023년 1월 1일로 1년 미루기로 결정했다.

 

IFRS17은 보험사들의 건전성을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기에 연기 자체는 일단 보험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불황과 그로 인한 초저금리가 심각한 악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이번달에만 기준금리를 1.5%포인트나 전격 인하해 제로금리(0.00~0.25%) 수준으로 낮춘 데 이어 한은도 통화정책 완화에 나섰다. 한은은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로 0.5%포인트 내렸다.

 

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한다. 때문에 금리가 낮을수록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은 더 커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1990년대에 판매한 예정이율 8~9%, 2000년대 초중반의 예정이율 5~6% 등 고금리상품뿐 아니라 2010년대에 팔린 예정이율 2~3%의 상품까지 책임준비금을 추가 적립해야할 것 같다”며 “특히 변동금리 상품을 주로 취급한 손해보험사와 달리 고정금리 상품을 주로 판매한 생명보험사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역마진이 더 확대될 듯하다”며 “1년 연기만으로 해결이 될지 의심스러울 만큼 자본확충 부담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게다가 자본확충에 나서려 해도 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주식뿐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도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양상이다. 때문에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채권가격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46%포인트, 10년물 금리는 0.107%포인트씩 각각 뛰었다. 채권금리가 오를수록 채권가격은 하락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투자자들이 현금 보유를 극히 선호하다 보니 채권조차 외면받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채권을 발행해도 사줄 투자자들이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이 빨리 안정을 되찾지 못하면 자본확충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IFRS17이 도입되면 현행 100%인 보험금지급여력(RBC) 비율 규제 기준이 200%로 상향된다. 그만큼 자본확충 부담은 더 커진다.

 

그나마 지난해 9월말 기준 RBC비율이 515%인 푸르덴셜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430.3%), 교보생명(372.6%), 삼성생명(363.2%), 삼성화재(361.8%) 등 건전성이 우수한 보험사들은 부담이 좀 덜한 편이다.

 

그러나 한화생명(225.7%), 신한생명(237.35%), 동양생명(234.40%), 흥국생명(200.03%), DB손해보험(247.5%), 현대해상(233.1%), 메리츠화재(223.2%) 등처럼 200%를 약간 초과하는 보험사들은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전망이다.

 

KB손보(193.6%), NH농협생명(192.7%), DB생명(189.8%), 롯데손보(141.4%), MG손보(136%)등 RBC비율이 200%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들은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들에게 현 상황은 악몽이나 다름없다”며 “2023년을 전후해 합병이나 청산 후 보험계약 인수 등을 통해 보험업계가 재편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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