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스테이블코인, 혁신과 규제 사이

“누군가에겐 위기, 누군가에겐 기회.”

 

최근 금융권을 파고드는 이슈는 단연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과 대화 주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매일 뉴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매일 수백개 이상의 스테이블 코인 기사가 쏟아진다”고 혀를 내둘렀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주로 달러나 유로 등에 교환가치가 고정되게 설계된다. 비트코인과 같은 다른 가상자산과는 달리 법정화폐나 실물 자산에 가치가 1대1로 연동돼 비교적 안정적이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도입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집에 담겼다. 이 대통령은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비롯해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글로벌 시장 흐름에 동참하고자 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어 같은 당 안도걸 의원도 최근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연계해 스테이블 코인의 통화성과 특수성을 추가적으로 보완하는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과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이 많다. 민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준을 자기자본금 50억원에서 5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업계 등에서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지난 17일 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는 자기자본금 기준을 10억원으로 상향했고 발행 자산의 시가총액에 비례해 자기자본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해 발행자의 상환 능력을 담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은 이 부분에 우려를 표한다. 신뢰도가 낮은 발행기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장 전체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 충격으로 코인런이 발생하면 리스크가 기존의 금융시장으로 전이돼 금융안정과 지급결제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발행기관이 국채 등을 급하게 매각하면 가격 급락으로 유동성에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비은행 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통화정책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경 제한이 없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외국 위기가 국내에 빠르게 전이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 또한, 외국환거래법 담당 주체로서 외환규제를 우회해 불법 자금세탁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점도 무분별한 코인 발행의 경계 요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역시 도입에 긍정적인 의견을 전하면서도 외환 관리 어려움을 지적했다.

 

일각에선 낮아진 발행 기준을 기회로 보기도 한다. 주요 간편결제 기업들은 결제 혁신의 변화를 가져올 스테이블 코인에 대비해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전통적인 결제 업무를 담당했던 카드사들이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수익성 악화에 고심이던 2금융권 역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시총은 지난 3월 말 기준 2373억 달러다. 1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는 소비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엄격한 규제 속에 잘 설계된다면 디지털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또한, 디지털 G2 국가 도약 등 국제적인 위상도 달라진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가 바탕이 돼야 한다. 신뢰 기반의 자산이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명칭처럼 안정성을 높여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테이블 코인은 소비자의 금융생활은 물론 전통 금융산업 구조가 뒤바뀔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여러 방면을 고려해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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