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남권과 한강변 고가아파트 거래 비중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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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부동산은 감정적 소비가 제한된다. 재화의 가격이 상당해 감정적 만족이나 단순한 유행을 좇는 선택이 쉽지 않다. 여행, 여가, 휴식 등 자신만의 취미나 취향을 위한 세컨드 홈이나 전원주택 개념이 아니라면 감정적 만족보다는 장기적 자산가치를 염두에 둔다.

 

 요사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자산 증식(고가 주택, 선호 지역 등)과 좋은 주거 환경을 목적으로 이동하는 일명 ‘상급지 갈아타기’ 전략은 결국 거주와 투자를 병행하는 움직임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상급지 갈아타기는 서울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내 강남 3개 구와 한강 변 주거지는 물가상승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전자산이라는 시각이 크다. 주택공급이 많지 않다 보니 신축 희소성이 있고, 정비사업이나 교통망 등 개발 호재가 꾸준해서다.

 

 주식 시장에서 우량주에 투자하듯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수의 저가 자산보다 하나의 프리미엄 자산에 집중(all in)하는 것이다. 과거 코로나19 범유행 시절처럼 저금리와 유동성이 넘쳤던 상황에선 영끌이나 패닉바잉이 발생하며 전국 대부분의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였지만 경기 위축과 수요 양극화가 큰 시장에서는 수요자 자산선택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지방과 수도권 등 2분 법적 구분을 넘어 수도권에서도 서울지역,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와 한강 변 일대 주거지, 비아파트보다는 아파트로의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위축과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강화 이슈는 있지만, 서울은 여전히 똘똘한 한 채 선호와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유효하다 보는 것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와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 등이 겹치며 매몰량 감소와 호가 강세가 나타나는 상황도 이와 같은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2025년 1분기 강남 3개 구와 용산구의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6025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1711건보다 3.5배 증가했다. 2020년 1분기 777건, 2021년 1분기 2037건, 2022년 1분기 503건, 2023년 1분기 1069건으로 최근 6년간 1분기 거래된 15억원 초과 고가아파트 중 올해가 가장 높은 거래량을 나타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2025년 3월 24일)으로 전세를 낀 갭투자가 제한되고, 4%를 넘은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0.2%란 경제 역성장(2025년 1분기) 속에서도 서울 집값을 주도하는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한강 변의 고가아파트 선호는 상당했음을 반증한다.

 

 이들 지역의 가액 대별 아파트 거래비 중을 보면 15억원 초과 고가아파트 거래비중의 꾸준한 증가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9.7%, 2021년 16.3%, 2022년 15.9%, 2023년 17.8%, 2024년 22.5%, 2025년(~5월 18 조사 기준) 28.5%로 2025년은 5년(2020년) 전보다 18.8%P 고가아파트 거래비중이 늘었다. 올해 강남 3개 구와 용산구 거래 아파트 10채 중 약 3채는 15억 초과 아파트인 셈이다.

 

 물가상승과 매입수요 쏠림이 집중되며 서울의 호당 평균 아파트 거래가가 13억7407만원을 넘어섰다. 강남 3개 구와 용산구는 서울 평균 2배인 29억1685만원의 매매가 수준을 보인다. 다락같이 높게 오른 가격 수준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을 찾아 이동하는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로 강남권과 한강 변의 고가아파트 매입수요는 당분간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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