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활용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회계와 세무 관련해서도 기존의 포털 서비스 검색 보다는 AI를 활용하는 고객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고객들이 포털 서비스를 활용할 때는 키워드 검색을 통해 세무회계관련 홈페이지나 전문가들이 정리해둔 블로그 또는 기사를 읽어보고, 그 내용을 스스로 논리적으로 재구성한 후 필자에게 질의를 했었다.
그 논리적 재구성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세법과 회계의 지식이 필요했고, 제반 지식에 따라 논리적 귀결의 수준이 천차만별이었다. 또한 포털 서비스가 찾아주는 자료를 모두 살펴볼 수는 없기 때문에 포털에서 찾아준 정보의 양은 무궁무진했으나, 실제 고객들이 확인한 정보의 양은 일정 정도를 넘어가지는 않는 편이었다. 각 포털사이트의 규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 두페이지 이상 찾아보지는 않는 듯했다.
필자가 회계와 세무로 밥을 먹고 산 지 어언 20여년이 됐다. 처음엔 높지 않은 수준의 질문을 하던 고객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논리적 귀결의 수준이 점차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오래 알고 지낸 고객들의 경우는 특정부분에 있어선 동료 회계사나 세무사들 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는 고객들도 많이 있다.
아마도 그들은 이슈가 발생하면 여러가지 정보를 규합하고 이를 본인의 논리적 잣대로 정리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회계사나 세무사의 확인을 통해 논리의 약점이나 세법과 회계기준에 대한 오해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면서 본인의 깊이를 더해갔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초보 회계사나 세무사 또한 그러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제는 고객들이 AI의 활용을 통해 회계와 세무의 이슈사항을 빠르게 정리하고 그 최종적 질문을 필자에게 하는데, 신입사원급 고객과 중견간부급 고객들의 질문의 수준이 균질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당연히 회계와 세무의 지식과 통찰력의 수준은 다를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AI가 시간과 경험을 뛰어 넘는 도구이므로 경험의 격차를 뛰어넘어서 일 수도 있지만, 최근엔 AI가 내어주는 결론에 모두 다 의존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필자에게 질문하는 최종적인 질문이 너무나도 균질한 수준인 데다가 오류가 발견되는 패턴도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자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한 분야에서 개인의 발전이라는 것은 높은 단계의 수준을 접하면서 낮은 단계의 수준을 점차 높여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수준의 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일 텐데, AI도입으로 인해 그 수준의 균질화되면 어떻게 될까?
최근 AI로부터 얻은 결론을 검증받고자 하는 많은 고객들의 질문을 재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AI가 찾아낸 모든 수 많은 사례와 문헌의 적용가능성 여부를 따지면 생각보다 많은 오류를 드러나는데, 그 정보의 양과 업무의 형태에 대해 점차 지쳐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나의 업무가 AI의 오류를 찾아내는 것인지, 아니면 고객이 궁금한 바를 확인해주는 것인 것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AI가 내린 결론을 확인 받고 싶어하는 고객의 질문들을 다시 AI에 물어본다는 전문가들도 생겼으니, 수준의 균질화로 인해 발전의 틈이 보이지 않는 곳에 닿은 후에 우리의 모습은 어떠할까. 여기에 덧붙여 인간의 논리적 사고가 끼어들 틈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 정말 어떠한 모습일지 걱정이 되는 것은 필자가 점점 옛날 사람이 되기 때문일까 궁금하다.
<더빅 세무회계자문 최정욱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