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이번에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에서는 관광 산업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후보들은 경제 분야를 아우르면서도 유독 3차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관광산업에 대한 공약은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역대 선거에서 관광 정책은 늘 후순위로 밀려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공약에는 관광이라는 단어 몇 개가 언급될 뿐, 세부 전략은 없다. 대선 캠프의 인력 구성은 후보의 관심 분야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관광 전문가의 부재는 후보들의 해당 분야에 대한 무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관광산업은 한국경제를 끌고 가는 보이지 않는 견인차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총 1637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48.4%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1인당 평균 약 1002달러(한화 약 137만원)를 쓴다. 더구나 이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도 다양해지고 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여지가 커보이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의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정치권은 종종 관광을 산업이라기보단 소비나 여가 활동의 일환으로 여기는 측면이 있다. 이렇다보니 제조업, 반도체, 인공지능(AI)처럼 ‘먹거리’로 인식되는 분야에 비해 관광은 후순위 산업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이번 제 21대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나서 처음에 각 후보들의 대선 공약에서 관광전략이 보이지 않자 업계가 움직이기도 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최근 각 정당에 6대 정책 과제를 전달했다. ▲관광비서관 직제 부활 ▲관광담당 차관 임명 ▲국가관광전략회의 위상 제고 ▲여행업 법제 정비 ▲관광수출지원단 운영 ▲재해보상기금 조성 등을 요구했다. 핵심은 하나다. 관광을 단순한 여가 산업이 아닌 국가전략산업으로 대우해 달라는 요구다.
최근 공개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에서도 관광산업 공약에는 이런 인식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관광산업 자체보다 지역 균형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 제주에는 글로벌 워케이션과 해양레저 허브 조성, 강원에는 올림픽 유산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관광 개발, 전북에는 K-컬처 기반의 문화·관광 도시 도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당초 관광 공약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 27일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5대 메가시티에 K팝 아레나 공연장을 설립하고, 에어비앤비 공유숙박 합법화 등 규제 혁파를 통해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이를 토대로 교통·숙박 인프라 개선, 지역 명소 개발, 관광 일자리 창출까지 포함한 전방위 관광 육성책을 발표했다. 특히 전국 방방곡곡을 매력 넘치는 핫플로 탈바꿈하는 ‘국토판갈이’를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서는 관광 자체가 거론되지 않거나, 문화산업의 부속 개념으로만 다뤄지고 있다.
관광은 단순히 ‘잘 노는 산업’이 아니다. 숙박, 외식, 운송, 교육, 부동산, MICE, 콘텐츠 등 6~7개 산업을 가로지르는 융합형 산업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다.
관광청, 관광세, 관광산업진흥기금 등은 이미 경쟁 국가들이 운용 중인 제도다. 일본은 2008년부터 관광청을 독립 조직으로 설치해 외래 관광객 수를 약 3.8배 증가시켰고, 태국도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2019년 기준 약 60억5000만 달러러(한화 약 8조3500억원)의 관광 수익을 올렸다.
한국 역시 관광강국을 강조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으로 나선 정치인들의 공약집에서 관광산업의 비중은 빈약하기만 하다. 앞으로는 관광공약을 ‘부록’이 아닌 ‘본문’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
정희원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