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 이민환 교수 “현 금융중심지 정책, 전략 수정도 고려해야”

"디지털금융·스타트업 금융지원 등 특화 육성 절실"
상호금융, 저신용 서민 대상 관계형 금융 강화해야

 

금융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은행·증권· 보험 등 전통적 방식의 업종 간 칸막이가 무의미해지고  IT기기 발달 등으로 글로벌·디지털화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같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융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융통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금융의 본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비즈는 자산관리, 디지털 및 글로벌 전략, 빅데이터, 소비자보호, 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을 통해 싣는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과 금융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도 함께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각종 영역에서 분업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모든 걸 다 잘하는 플레이어는 없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금융중심지 정책도 한국이 강점을 가진 특정 분야에 집중해 세계와 경쟁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민환 인하대하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세계비즈와 인터뷰하면서 금융중심지 육성 방안에 대해 이 같이 주장했다. 한국 산업이 반도체, 바이오 분야를 특화해 경쟁력을 갖춘 것처럼 금융 분야에서도 중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골라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테면 디지털금융, 정책금융, 선박금융 또는 해외진출 희망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 여러 후보 분야를 찾아보자는 얘기다. 이 교수는 삼성생명 금융연구소와 예금보험공사 연구위원, 보험연구원 등을 거쳐 2009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초 42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에서 제5차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안을 심의하는 등 금융중심지 정책을 지속 추진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산에 국제금융센터를 마련하고 금융중심지를 제창한지도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 이렇다 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걸 보면 금융중심지 육성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 교수의 의견이다. 국민연금이 위치한 전라북도 역시 금융허브를 검토하고 있는데 여타 금융중심지 대비 경쟁력이 낮다고 분석했다.

 

“한국 금융시장의 국제 경쟁력이 과연 전세계 유수의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비로소 규제샌드박스가 도입되는 등 일정 부분 개선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으나, 아직 주요 금융중심지에 견줘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게 현실이다.”

 

금융중심지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싱가포르를 꼽았다. 그는 “싱가포르는 석유를 비롯한 선물거래, 해외투자자수 등이 자본시장 국제화 수준 등 여러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핀테크산업 등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 국민들의 능숙한 영어사용 능력, 문제 해결을 위한 공무원의 협력적인 태도 등이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중심지로 만든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지금의 금융중심지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디지털금융, 해외 진출 스타트업 지원 등 한국이 지닌 강점을 특화해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환 교수 제공

 

이 교수는 서민금융의 역할과 관련해서 상호금융과 사회적금융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시장을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즉 금융협동조합은 본래의 상부상조의 원칙을 살려 은행 이용이 어려운 지역 조합원을 대상으로 관계형금융을 실천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그는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저신용자를 상대로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가 상환가능성을 낮추는 일”이라며 “이는 민간 금융기관이 수익을 목적으로 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제2금융업권의 화두였던 신협의 공동유대 확대 논의를 두고선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영업구역을 넓히는 건 자칫 신협 조합 간 외형확대 경쟁을 촉발해 부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예로 들며 “2000년대 초반 소액신용대출 부실로 저축은행이 부실화되면서 감독당국은 저축은행의 계열화를 허용했고, 이후 몸집 불리기 경쟁은 부산저축은행, 솔로몬저축은행 등 대형저축은행의 부실화로 이어져 결국엔 27조 원을 쏟아부은 저축은행사태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는 ‘인하대-자산관리공사(캠코) 연구협력 프로그램’의 지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이 수업은 기업 및 공공기관이 학생들에게 주제를 부여하면,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주제를 연구하고 기업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최종 보고서를 완성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는 “캠코나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이 사회적으로 무척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게 사실”이라며 “금융공기업의 업무를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학생들의 시각에서 해결책을 도출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현장체험형 수업의 좋은 예”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앞으로 공기업뿐만 아니라 상호금융, 사회적기업 및 핀테크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협업 범위를 확대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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