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포럼]예견된 참사 ‘사모펀드 사태’…‘저축은행 사태’와 닮은꼴

규제 완화·감독 미흡이 대규모 환매 사태 불러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왼쪽)이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서울에서 세계일보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주최로 진행된 '2020 세계금융포럼'에서 '사모펀드 사태의 교훈과 금융소비자 보호 방향'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세계비즈=안재성·주형연 기자]라임자산운용,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옵티머스 자산운용 등에서 총 26개 사모펀드(5조6000억원 규모)가 환매중단된 ‘사모펀드 사태’는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세계일보 및 세계비즈&스포츠월드가 주최한 ‘2020 세계금융포럼’에서 세션2 발표자로 나선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사모펀드 사태는 2011년의 ‘저축은행 사태’와 판박이”라면서 “결국 과도한 규제완화와 감독 미흡이 참사를 불렀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저축은행 관련 여러 규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88클럽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저축은행이 고성장 가도를 달렸는데, 저축은행 자금의 태반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된 점이 사고를 불렀다.

 

사모펀드 사태 역시 2013년부터 개인·비상장법인 투자요건 완화, 헤지펀드 자산운용규제 완화, 판매규제 완화 등 사모펀드 관련 규제 완화된 부분이 시발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사모펀드 자금의 대부분이 생산적인 분야가 아닌, 고위험·고수익 대체투자로 쏠렸으며, 이를 금융당국이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연결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감독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금융위원회가 산업육성을 목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금융감독원과 감독자원 보강, 감독집행 방안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도록 양 기관의 양해각서(MOU)를 보완하는 방안과 투자자보상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목적을 내세우더라도 지나친 규제완화는 자제돼야 한다”며 “사모펀드 사태뿐만 아니라 그동안 발생했던 실패사례의 근본적인 이유를 분석해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규제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 교수는 또 “한국 정부의 중앙부처는 대부분이 산업부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산업부처를 중심으로 한 국내 중앙부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사모펀드 사태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다만 정부의 책임 추궁에 끝나지 않고, 어떤 책임을 질지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빈 교수는 아울러 기업이나 금융사 등을 위한 산업성장 정책보다 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시장과 산업의 진정한 발전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을 기반한 후생극대화에 있다”며 “이들의 균형을 이루는 정책이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종 금융실패 사례들이 나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다양한 각도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 도입과 동시에 사고를 낸 사모펀드 운용업체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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