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보국 실현할 것”…시험대 오른 조원태 오너십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세계일보DB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빅딜’이 성사되면서 용단을 내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오너십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평소 ‘소통’과 ‘수송보국’을 강조해 온 조 회장의 경영 철학이 이번 인수 합병에서 어떤 성과를 끌어낼지 주목된다.

 

◆ 코로나19 위기 속 빛난 조원태 오너십

 

 조 회장의 첫 소통경영 행보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막 승진했던 그는 ‘꿈의 항공기’라 불리던 보잉 787-9 도입 기념식에서 이례적으로 기내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당시 이슈가 됐던 ‘승객 기내 난동 사건’에 대해 직접 후속조치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조 회장은 긴급 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이 강경 대응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선조치 후지원’으로 내부 지침을 바꿨다고 설명하며 회사 안팎의 소통에 오너가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회장의 오너십은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맞물려 여러 번 주목 받았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줄줄이 적자 행진을 이어갈 때 대한항공이 2·3분기 연이어 흑자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 회장은 유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고, 방역 물품 등 적시에 수송해야 하는 고가 화물 전세편을 잇따라 유치했다. 코로나19로 여객 매출은 감소했지만, IT·진단키드·의약품 등 화물 매출이 흑자를 견인했다.

 

 장기 침체를 겪던 2010년대 대한항공은 최대 30대였던 화물기 수를 절반으로 줄이려고 시도했으나, 당시 총괄부사장이던 조 회장의 적극 만류로 축소 폭을 줄였던 것이 이 같은 실적 선방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이기도 한 수송보국(輸送報國: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 실천에도 힘써왔다. 대한항공은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때 발병 지원지였던 우한에 전세기를 수차례 띄워 교민들을 실어 날랐다. 조 회장이 직접 전세기에 올라 승무원을 인솔, 격려했던 데 대해 국책항공사로서의 의무를 다한 것은 물론 국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대형 항공그룹 탄생…기대반·우려반

 

 이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 빅딜 역시 조원태 회장의 용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에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1, 2위인 양사가 합병되면 자산 40조원, 매출 20조원에 이르는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공식화된 지난 16일 대한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12.53% 상승한 2만6950원에 마감됐다. 장중에는 25.58%까지 급등해 3만150원으로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자산규모만 40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10위 초대형 항공그룹 탄생에 대한 긍정적 기대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양사 모두 재정 악화와 함께 코로나19 사태 등 악조건이 겹친 상황이라 동반 부실화될 수 있다. 또한 한진그룹 내 경영권 다툼이 현재진행형인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산업은행이 지주사인 한진칼 3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면 조 회장은 우호 지분을 얻게 돼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41.14%이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 등 3자연합의 지분은 46.7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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