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라운딩 즐겨요… ‘예능골프’ 전성시대 활짝

김구라 등 방송인 골프 채널 인기… 강습 대신 입담·웃음 중시
구독자들 “대리만족·자신감 느껴”… 업계 광고비 상승 우려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골프가 제2의 호황기를 맞은 가운데, 방송인들의 예능골프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TV’ 캡처 화면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잘 쳐봐야 트리플 보기죠.” “쟤는 왜 뱀샷만 쳐, 혹시 뱀띠냐.”

 

한 골프 유튜브 채널에서 나온 입심 훼방, 속된 말로 ‘구찌 겐세이’다. 신사의 스포츠인 골프에서 입심 훼방은 가장 금기시되는 비매너 행위다. 골프는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만큼은 아니다. 난무하는 방해 공작 속에서 평소 공 좀 친다던 연예인 골퍼들도 평정심을 잃고 실수를 연발한다. 시청자들은 이 같은 영상을 보며 웃음과 대리만족을 얻어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외 스포츠인 골프가 제2의 호황기를 맞으면서 관련 유튜브 콘텐츠의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김구라, 장동민, 홍인규 등 개그맨들이 만든 골프 유튜브 채널의 인기가 뜨겁다.

 

최근 구독자 수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채널은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TV’다. 올해 1월 개설된 이 채널은 10개월 만에 구독자 수 22만9000명을 기록하며 예능인 골프 유튜브 중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연예인 최강 고수로 알려진 방송인 김국진이 출연한 콘텐츠는 방송 후 3개월 만에 조회수 298만5000여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채널에선 방송인 김구라와 그의 지인인 박노준 포시즌 대표가 주축이 돼 게스트를 초청, 함께 라운딩을 돌거나 스크린골프를 친다. 기존 골프 유튜브 콘텐츠와 달리 드라이버 멀리 치는 법, 올바른 아이언 스윙 자세 같은 골프 강습은 전무하다.

 

대신 출연자들의 끊임없는 입담과 견제,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게스트들이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이 이 채널의 백미다. 채널 주인장인 김구라와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130m에 불과해 ‘미스터 130’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박 대표 간 입씨름도 볼만하다. 농구선수 하승진, 가수 김흥국·김태원·김민종·홍경민·장수원·김종민, 방송인 김국진·김성주, 프로골퍼 최예지 등 다양한 직군의 게스트가 채널을 거쳐 갔다.

유튜브 채널 ‘홍인규 골프TV’ 캡처 화면

개그맨 홍인규가 운영하는 유튜브 ‘홍인규 골프TV’도 구독자 15만 명을 넘기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예인뿐 아니라 운동선수 등 다양한 패널을 초청해 함께 골프를 즐기며 입담을 과시한다. 최근에는 프로야구 KIA 투수 출신 이대진, 배우 박성웅 등과 함께하는 라운딩 영상을 올렸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프로골퍼들이 멋진 폼으로 스윙하는 영상만 보다 보면 골프가 마냥 어렵게 느껴지고 흥미를 붙이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친숙한 연예인들이 어설픈 실력에도 불구하고 웃고 떠들며 골프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나도 저 정도는 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 골프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골프 유튜브 채널이 많았지만 대부분 프로골퍼들의 강습이 주를 이뤘다”며 “반면 예능인의 골프 유튜브는 강습보다는 중독성 강한 웃음코드와 어설픈 골프 실력을 주력 콘텐츠로 내세워 특히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하거나, 계획 중인 초보 골퍼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골프 콘텐츠의 인기로 관련 업체들의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구독자 수가 많은 채널일수록 다양한 골프용품이나 골프장 광고가 붙고 있으며, 출연 연예인이 광고 협찬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도 적잖다.

 

하지만 업체들의 광고비 등 간접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골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입장료(그린피)보다 입장료가 비싼 대중골프장이 44곳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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