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유니 등 中 대형 국영기업 잇따른 디폴트, 차이나 리스크 촉발하나

중국의 유명 반도체 제조업체인 칭화유니그룹이 회사채 디폴트를 내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출처=칭화유니그룹 홈페이지

[임정빈 선임기자] 중국의 유명 국영기업들이 잇따라 디폴트를 내면서 ‘차이나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타격의 결과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중국이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으로 정책을 전환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와 주목된다.

 

19일 금융권 및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유명 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과 BMW의 중국 합작파트너사인 화천(華晨)자동차, 허난성의 국영 광산회사인 융청(永城)석탄전력이 지난 10일 이후 잇따라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냈다.

 

특히 칭화유니그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가 51% 지분을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회사지만 실적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지난 17일 디폴트를 냈다.

 

이 회사의 채무규모는 1567억 위안(약 26조4000억원)에 달하며 이번 사태로 'AAA'이던 회사채 신용등급은 투자 등급 중 가장 낮은 'BBB'로 수직 강등됐다.

 

화천 자동차도 지난 16일 65억 위안 규모의 회사채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 회사는 랴오닝성 정부가 80% 지분을 가진 국영 자동차회사로 지난 1992년 중국 기업으로는 미국 증시에 처음으로 상장된 바 있다.

 

융청석탄전력도 지난 10일 10억 위안 규모의 회사채 디폴트를 냈다.

 

이들 기업 모두 유명한 국영 대기업이어서 디폴트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채를 중심으로 세계 2위 규모의 중국 채권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에 대한 시장의 분석은 엇갈린다.

 

로이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외신들은 대기업의 연쇄 디폴트로 빙하기를 맞은 중국 채권시장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중국정부의 정책이 크게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중국 부실기업의 부채규모는 천문학적이었는데, 코로나19 와중에 더 늘어나 조정이 필요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보자면 가장 큰 양대 변수 코로나19와 미국과 무역전쟁이 사실상 마감된 형국이어서 내부 다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비금융부문 부채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올해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출처=BNP파리바자산운용

그동안 늘어난 부채를 줄이는 차원에서 본보기로 대형 공기업 디폴트를 용인했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중국정부는 디레버리징으로 전환을 모색중이다.

 

최근 수개월 사이 부동산관련 금융규제와 함께 개인에 대한 대출규제도 강화하고 있는 등 부채를 줄여가는 디레버리징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디폴트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중국정부가 미리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기업의 채권이 디폴트 내면 글로벌 자본들이 대거 달려들어 인수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폴트가 난 채권금리가 너무 낮다며 인수를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에 디폴트가 난 칭화유니그룹의 경우 중국이 미래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국영은행이나 지방정부의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기업의 운명은 달라질 전망이다.

 

중국에서 디폴트가 난 회사의 경우 부도가 난 채권을 은행이 인수해 자산관리회사(AMC)를 통해 출자전환 과정을 거치게 된다.

 

AMC는 국영은행이 설립한 것이어서 결국 부도기업이 국유화되는 셈이다.

 

한편 BNP파리바자산운용은 18일(현지시간) 이와 관련, 지난달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히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 등을 통해 민간부문에 대한 통제 강화를 공식화하고 있어 국제무역의 프레임워크 하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달 초 알리바바그룹이 금융자회사인 앤트그룹을 상장하려다 중단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외국자본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기가 꺼려지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도 이런 흐름 속에서 나타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독보적으로 경제성장을 가속화기는 하지만, 디레버리징과 민간부문 통제를 강화하는 만큼 앞으로 차이나 리스크에 준하는 시장혼란이 추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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