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에 뛰어든 치킨업계들… 블루오션 개척은 ‘미지수’

사진=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밀키트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비즈=김대한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HMR(가정간편식) 사업에 진출한다. HMR 시장은 코로나 19로 인한 내식 문화 확산에 따라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기존 사업에서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양극화된 HMR 시장에서 차별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덩치가 커지는 HMR 시장에 치킨 업계들이 뛰어들고 있다. 교촌치킨은 닭 가슴살과 같은 웰빙 식품, bhc는 한우 전문점인 ‘창고43’ 브랜드를 통해서다. 하림그룹은 펫 푸드 사업에 이어 라면 사업 진출까지 선언했다.

 

HMR은 코로나19와 함께 간편하게 음식을 즐기려는 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최근 급성장한 시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를 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8년 3조2000억원 수준에서 2022년에는 5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최근의 가정간편식 시장에 대해 “소비자가 몰랐던 것을 판매하는 ‘니즈’의 시장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욕구’의 시장이다”며 “(기업들이)차별화 전략만 잘 세운다면 레드오션이지만,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하림지주 전북 익산 신사옥 전경. 하림그룹 제공

 

교촌치킨 측은 앞서 물류 시스템 확충으로 국내 치킨 사업뿐만 아니라 HMR 등 신사업 등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사업 초읽기로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닭 가슴살 등 웰빙에 초점을 맞춰 HMR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bhc는 자사의 ‘창고43’ 브랜드를 HMR 브랜드로 육성키로 하고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bhc는 HMR 사업을 이끌 브랜드로 ‘창고43’을 확정했으며 제품 출시와 함께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식품기업으로서의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창고43’의 인기 메뉴를 포함한 3종에 대해 시제품 개발을 마쳤고, 출시 시기는 이번 주 내로 예상하고 있다.

 

‘닭고기 브랜드 1위’ 하림은 라면 시장 진출했다. 다소 ‘쌩뚱맞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만, 라면의 주재료는 닭이다. 라면으로 닭을 이용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하림은 이미 펫 푸드 사업에 진출했고, 최근 물류단지를 건설하는 등 신사업 준비에 대한 예열 행보를 보였다.

 

이처럼 닭고기 브랜드 기업들의 신사업은 HMR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미 양극화된 HMR 시장에서 차별화를 보이려면 브랜드만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HMR 시장은 레드오션이 분명하다. 2019년 기준으로 국물 간편식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절반 이상(57.3%)을 점했다. 냉동·냉장 HMR에서 CJ제일제당은 같은 기간 6620억원의 매출에 점유율 34%를 달성했다.

 

이영애 인천대 교수는 “(가정간편식 시장은)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중저가와 고가로 양분화된다”며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다보면 기존 시장에서 차별 포인트가 없다. 오히려 고가 전략이 소비자들한테는 차별 포인트가 되고 이를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는 잠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고급 밀키트 전문으로 프레시지는 기존 HMR과 차별화했다. 프레시지는 2018년 매출 218억원에서 이듬해 712억원, 지난해에는 약 1500억원으로 매년 2배 이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밀키트 시장점유율 70%를 자랑한다.

 

HMR 시장은 레드 오션이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특히 늘어나는 1인 가구에 대해서 비전을 명확히 제시한 곳이 없다. 풀무원은 지난해 8월 라면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백홍 풀무원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0.7%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분류화를 통해 1인 가구의 특성을 채워 주는 것이 레드오션이 아닌 블루오션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imkor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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