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가상현실서 신차 디자인·테스트까지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3차원 혼합현실 ‘메타버스(Metaverse)’가 자동차업계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이에 따른 재택·원격근무 확대로 주목받게 된 메타버스가 어느새 자동차업계의 핵심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 디자인과 연구개발(R&D)은 물론 신차 홍보, 신입사원 교육 등 메타버스 분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실과 유사한 3차원 가상 공간에서 테스트 차량의 상세 제원을 바탕으로 실험을 실시하면 비용과 개발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BMW그룹이 작년 말 독일 뮌헨 북부에 문을 연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센터는 차량 테스트에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센터는 전문가들이 콘셉트 단계부터 최종 기능 확인 단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장치를 제공한다. 모션 시스템이 없는 고정형 시뮬레이터부터 400㎥ 넓이의 모션 영역을 실험실 안으로 들여와 현실감 있는 도로 환경을 구현하는 시뮬레이터까지 폭 넓게 마련돼 자동차 개발 과정의 다양한 요소를 시험토록 했다.

 

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발 사이클을 단축시킨다는 점이다. 시뮬레이션 내에선 타이어나 액슬 교체가 몇 초만에 가능하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전 세계의 시험 주행 도로를 선택해 주행할 수도 있다.

 

포르쉐도 가상공간을 통한 자동차 주행 실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차의 도로 내구성 주행 테스트를 하기 전 미리 차량을 가상공간에 배치해 다양한 시험 주행 시뮬레이션을 실시한다. 포르쉐의 핵심 기술인 낮은 에어로다이나믹(주행 중 공기저항) 항력을 설계하는 디자인도 가상현실의 도움을 받았다.

 

국내에선 현대차·기아가 이미 2019년부터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 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한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도 있고 실물 시제작 자동차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 및 개선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또 현대모비스는 올 상반기 채용한 신입사원 교육에 메타버스를 활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기술을 선점하려는 차 업계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jh1218@segye.com

 

현대차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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