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되면 오히려 독? ‘양날의 검’ 사전청약

시장 안정에 일부 도움 전망… 중저가 주택 매수세 상승 우려도

인천계양지구 부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공급 시그널에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관건은 이달부터 시행되는 사전청약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주택 수요를 분산시켜 시장 안정에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론과 청약 과열 및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 등이 겹쳐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부정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15% 올라 최근 9주 연속 0.1%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상승률 0.15%는 2019년 12월 이후 약 1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의 신고가 행진이 잇따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중저가 아파트가 있는 서울 외곽 지역도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널뛰었다. 경기도에서도 안양, 군포, 시흥, 안산 등 GTX를 비롯한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고 있다.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실시되는 사전청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본청약보다 1~2년 정도 앞당겨 청약을 접수해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고, 특히 최근 부동산 ‘불장’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30대의 ‘패닉바잉(공황 매수)’을 억제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올해 사전청약으로 공급되는 물량은 7월 4333가구, 10월 9100가구, 11월 4000가구, 12월 1만2800가구 등이다. 이달엔 인천계양(1050가구), 위례(418가구), 성남복정1(1026가구) 등의 사전청약이 예정돼 있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선 사전청약에 따른 집값 안정 효과를 일부 기대하면서도, 오히려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내 집을 확보하게 되는 사전청약 당첨자가 늘어날수록 주택시장이 조금씩 안정되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사전청약이 경쟁이 과열될 경우 물량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1~2년간의 공백 기간 동안 청약 포기자들이 중저가 아파트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로 눈을 돌릴 경우 집값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의 사전청약 흥행이 역설적으로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 입지는 2기 신도시보다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오전 8시 기준 3기 신도시 홈페이지 방문자수는 544만명, 청약일정 알리미는 51만명에 이르고 있다.

 

임대차 시장도 심상치 않다. 청약 당첨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세 수요 증가로 사전청약 대상지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인천계양의 경우 사전청약 물량 중 절반이 인천과 서울 거주자에게 우선 공급되고, 나머지는 경기 거주자에게 배정된다. 당첨 확률을 높이려는 청약 대기자들이 몰리면서 인근 인천 지하철 1호선 박촌역 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았다.

 

일각에선 토지 보상이 지지부진한 청약 예정지에 무작정 전세를 들어갔다가 사업 진행과 입주가 늦어져 기약 없는 ‘전세 난민’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전청약 물량으로 시장의 주택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고, 실제로 입주 가능한 주택이 공급될 때까지는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현재의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를 가져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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