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은행·증권· 보험 등 전통적 방식의 업종 간 칸막이가 무의미해지고 IT기기 발달 등으로 글로벌·디지털화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같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융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융통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금융의 본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비즈는 자산관리, 디지털 및 글로벌 전략, 빅데이터, 소비자보호, 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오현승의 금융키맨]을 통해 싣는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과 금융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도 함께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지금까지 은행의 대(對)고객 마케팅은 ‘맞춤상품’이라는 명목 하에 상품 가입만을 광고하는 데 머물렀습니다.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과 e-CRM(e-고객관계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손님이 은행으로부터 원하는 바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한 디지털 혁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성웅 하나은행 디지털채널마케팅유닛리더(사진)는 10일 세계비즈와 인터뷰하면서 “은행과 빅테크 및 핀테크 간 업무영역 구분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은행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디지털채널마케팅유닛은 최근 핀테크 흐름을 반영해 신설된 애자일(Agile)조직으로, 모바일·인터넷뱅킹 등 디지털채널을 통해 최고의 개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PB분야에서 하나은행이 지닌 강점을 디지털 환경에서도 구현해 종전 자산관리 분야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유닛 리더는 “이제 마이데이터 및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점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됐다”며 “소비자의 니즈를 미리 파악해 제공할 수 있도록 고도화된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 모바일뱅킹 앱 ‘하나원큐’를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이 안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유닛 리더는 20년 넘게 전자금융 및 e-Biz 관련 업무를 맡아 온 금융권 내 대표적인 디지털 전문가다. 은행권에선 임직원들로 하여금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제너럴리스트’를 육성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유닛리더는 디지털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스페셜리스트’다. 실제로 그는 2011년 경력직으로 입행해 하나은행에서 개인뱅킹 팀장, 하나멤버스 팀장, 블록체인 팀장, 하나원큐TFT 팀장, 개인화마케팅 유닛 리더, 디지털채널마케팅 유닛 리더 등을 지내며 행내 디지털 관련 핵심 프로젝트와 업무를 담당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하나원큐’ 전면개편을 총괄하며 증권, 카드, 보험 등 하나금융그룹 내 서비스 하나로 묶고, 은행권 최초로 간편한 얼굴인증을 적용하는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엔 AI챗봇을 통해 한 단계 진화한 대화형 뱅킹거래 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다 이 유닛리더는 “지금은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고 단순 거래를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는 ‘보이스 뱅킹’으로 대표되는 대화형 뱅킹 시대가 열릴 것”이라면서 “대화형 뱅킹과 개인화 서비스를 접목한다면 대면 영업의 강점을 비대면 뱅킹 환경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이 유닛리더는 “신기술만으로는 손님의 니즈를 비즈니스로 구현할 수 있다는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라면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불편사항을 개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유닛 리더는 지난 2019년엔 ‘블록체인 기반의 상속증여 방법 및 시스템’, ‘블록체인 기반 가상 지점을 이용한 개인 대상 디지털 자산 서비스 제공 시스템 및 방법’ 등 블록체인 관련 BM특허를 47개나 출원한 인물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블록체인 전문가로도 등재돼 있다. 그는 블록체인을 해외결제 모델에 접목시킨 블록체인 기반 결자결제 서비스 ‘GLN(Global Loyalty Network: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의 해외 쿠폰몰, AR메뉴판 등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도 참여했다. GLN은 하나은행에서 분사해 곧 자회사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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