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5000원의 행복’… 빌딩투자 대중화 문 연 ‘카사’

박상일 카사 COO      카사 제공

[박정환 기자] 투자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부동산 투자는 수억, 수십억원의 종잣돈을 보유해야 가능했지만 이제는 커피 한 잔 값으로 빌딩에 투자해 건물주까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중심엔 금융 핀테크 스타트업인 ‘카사’가 있다. 카사는 도시 빌딩의 투자 수익을 5000원 단위 소액으로 쪼갠 디지털 수익증권(댑스, DABS)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부동산 투자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카사에 합류해 빌딩 투자의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박상일 COO(최고운영책임자)를 28일 만나 카사 플랫폼의 차별화된 점과 빌딩 투자의 현황 및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카사는 2018년 4월 금융 핀테크 기업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정식 법인명은 카사코리아다. 창업자인 예창완 대표는 ‘전세계 누구나 모든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연다’는 목표 아래 소액 단위로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몰두, 2020년 9월 ‘카사(KASA)’를 론칭했다.

 

카사는 국민 누구나 최소 5000원의 소액으로 쉽고 안전하게 상업용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이다. 카사에선 증권 1주=1DABS(댑스)=5000원이다.

 

예컨대 5000원을 투자하면 건물의 수익증권인 댑스를 1주 획득해 건물에 대한 지분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투자자는 DABS 보유량에 따라 분기별 배당수익을 받게 되고, 건물 매각 시 시세차익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박상일 COO는 “쉽게 말해 기업 주식에 투자해 일정 지분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 배당을 받거나 매각차익을 얻는 개념을 빌딩에 적용한 ‘빌딩 투자 거래소’의 역할을 한다”며 “수백억원의 상업용 부동산을 직접 매입하지 않아도 그와 똑같은 부동산 투자 효과를 누리게 한 것으로, 스마트폰앱을 통해 빌딩의 ‘댑스’를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어 편리하고 소액 투자가 가능하며 투자자의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카사 3호 건물 ‘역삼 한국기술센터’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금융투자정책 전문가로 평가받는 박상일 COO가 카사행을 결심한 이유도 그 ‘혁신성’에 있었다. 카사는 투자 대중화와 금융 상생을 구현하는 기술로 평가받아 론칭 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 금융서비스 본 인가를 획득했다. 플랫폼·핀테크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플랫폼의 혁신성과 안전성을 공인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투자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카사 애플리케이션은 론칭 1년 만에 다운로드는 30만건, 회원 수 14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박상일 COO는 “한국은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달해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카사는 금융 플랫폼에 대한 지식과 접근성은 높지만 자본이 부족해 투자의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소액 부동산 투자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카사는 3년 만에 구성원 60여명 규모의 중견 스타트업으로 도약했다. 플랫폼 개발과 운영을 책임질 개발자에 부동산, 신탁, 금융 등 각 전문 분야 고급인력들이 카사의 핵심을 이룬다.

 

투자 유치 규모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산업은행, 하나은행, 카카오벤처스, 우미건설, 노던라이트캐피탈, 파이스트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액이 200억원에 이른다.

 

카사가 공모한 건물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공모에 나선 3호 빌딩 ‘역삼 한국기술센터’는 공모 첫날에 2695명의 투자자들이 참여해 총 169만 댑스, 84억5000만원이 완판됐다. 지난해 12월엔 1호 ‘역삼 런던빌’, 지난 7월엔 2호 ‘서초 지웰타워’가 조기 완판된 바 있으며 4~5번째 건물도 공모를 앞두고 있다.

 

카사는 또다른 부동산 투자 상품인 펀드, 리츠와 비교했을 때 투자 편리성과 환금성 측면에서 유리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게 박 COO의 설명이다.

 

그는 “펀드와 리츠는 투자 금액대가 높고 약정기간이나 환매제한 등으로 인해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경우가 많은 반면 카사는 소액 투자가 가능한 데다 언제든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며 “또 건물을 소유한 회사 주식이 아닌 건물 자체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직관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카사 로고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수익률은 어떨까. 카사 투자자는 댑스를 통해 임대 배당수익, 댑스 매매차익, 건물 매각차익 등 세 가지 루트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주가 되는 임대 배당수익은 상장 건물의 댑스 보유량에 따라 건물 임대료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을 배당받는 것이다.

 

박 COO는 “투자자는 마치 건물주처럼 분기별로, 즉 1년에 4번씩 임대수익을 배당받게 되는데 현재 연 수익률은 3~4% 정도”라며 “일부 공모 리츠나 펀드보다 수익률이 낮아 보일 수 있겠지만 추후 매각수익까지 감안하면 카사의 수익률이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제 카사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부동산 투자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20년 싱가포르 법인 설립 후 올해 3월엔 싱가포르 통화청(MAS)으로부터 수익증권 발행·신탁·공모 자격을, 지난 9월엔 2차거래를 위한 대체거래소 자격을 획득했다. 내년 싱가포르 거래소 오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사업 진출의 포문을 열 계획이다.

 

박 COO는 “그동안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공모 빌딩을 선정해왔다면 앞으로는 서울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확대할 것”이라며 “오피스 빌딩 외에 안전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우량 건물을 적극 선보이는 한편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글로벌 부동산 투자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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