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광풍 끝? 미달·계약포기 속출… 건설사 긴장

대구 등 지방은 미달… 서울·수도권 대출 규제로 미계약 빈번
건설사 “청약 한파 장기화 우려”… 중견·중소사 타격 클수도

인천 연수구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절벽’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청약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집값 하락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대구 등 지방 일부 지역에선 청약 미달, 수도권에선 계약 포기 단지가 속출해 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년 연말에 분양된 대구와 경북 등 지방 아파트 단지에서 무더기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효성중공업이 대구시 달서구에 분양한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 3차’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58가구 청약에서 1, 2순위 모두 85명만 신청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같은 기간 청약을 받은 중흥건설그룹 중흥토건의 ‘두류 중흥S-클래스 센텀포레’, 대우건설의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도 미달됐다.

 

이밖에 경북 포항, 울산광역시, 전북 익산, 전남 구례 등에서도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전남 광주에선 첫 평당 3000만 원대 아파트인 현대건설의 ‘라펜트힐’이 청약에 나섰지만, 미달을 피할 수 없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국 분양단지 707곳 중 117곳(16.5%)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해 3분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117곳은 모두 지방이었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268개 분양단지 중 미달이 없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청약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대형 건설사들도 잇따라 지방에 진출해 분양에 나서면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게 됐다”며 “올해부터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집값 약세 지역이 늘고 있는 만큼 입주 및 분양 물량이 많은 곳에선 미분양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더기 미달 사태에 직면한 지방과 달리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청약 경쟁률이 높지만, 미계약 건수가 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서울에선 1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에서 계약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숭인동 에비뉴청계1(99가구)는 10일 미계약 3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시작했고,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75가구)도 최근 세 번째 무순위 청약을 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들어서는 신림스카이아파트(43가구)도 네 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시장이었던 인천 송도에선 대규모 브랜드 단지에서도 계약 포기가 속출, 시장에 충격을 줬다. GS건설이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분양한 ‘송도자이더스타’는 평균 13대 1의 청약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정작 당첨자 계약에선 전체의 35%가량인 530여 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계약 포기가 빈번한 이유로는 대출 규제가 꼽힌다. 실제로 ‘송도자이더스타’의 경우 일부 세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상당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 같은 청약 시장 ‘한파’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시장 상황이 변화무쌍한 데다 오는 3월 대선도 예정된 만큼 현시점에선 청약 관련 특별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지방 중견·중소건설사의 경우 미분양 발생 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어 건설업계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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