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오태근 로브콜 대표 “매실의 재발견, 해외에도 전하고 파”

매실차 ‘매실매실’, 오미자차 ‘OMG’
텀블벅 누적 펀딩 성공률 1만5963% 달성

오태근 로브콜 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매실매실’은 직관적인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이 매실을 원료로 한 액상차다. 포장을 뜯어 컵에 부으면 캐러멜을 녹인 것처럼 걸쭉한 농축액이 나온다. 여기에 물이나 탄산수를 부으면 기분전환으로 딱 좋은 매실차가 완성된다. 중요한 점 하나, 매실매실은 제로 슈거다.

 

 매실매실을 개발한 스타트업 로브콜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2022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구매 참여자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생산이 결정된다. 결과는 대성공. 탄력을 받은 로브콜은 이후로도 3차례 펀딩을 더 진행했다. 텀블벅 누적 펀딩 성공률은 1만5963%로 치솟았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오태근 로브콜 대표는 제품 개발부터 브랜딩, 마케팅 활동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프로듀서’였다. 그는 최근까지도 백화점 팝업스토어와 지역 행사 참여, 강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도파민을 충족하고 있다며 웃었다. 온라인에서의 성공을 오프라인으로 이어가고 있는 로브콜은 다음 목표로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로브콜의 대표 제품인 ‘매실매실’은 제로 슈거 액상차 스틱 제품이다. 로브콜 제공

◆”로컬을 각색하자”

 

 “사람들은 5~10년 후에 무엇이 변할지 얘기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오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격언이다.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자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가 ‘변하지 않을 것’ 중 하나라고 믿는 그다. 실제로 건강한 삶에 대한 수요는 과거에는 ‘웰빙’으로, 최근에는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의 ‘헬시 플레저’로 변화했을 뿐 본질은 같다.

 

 오 대표가 2022년 7월 설립한 스타트업 로브콜(LOBCOL)은 로컬(LOCAL), 브릿지(BRIDGE), 컬러(COLOR)의 합성어로, ‘로컬을 각색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각색(脚色)이 다리 ‘각’에 색 ‘색’자를 쓰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 대표는 “원작을 어떻게 각색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며 “우리만의 관점으로 지역 농특산물을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재해석하는 ‘브랜드 디벨로퍼’가 되겠다는 포부로 이름을 지었다”고 전했다.

 

 로브콜이 운영하는 차 브랜드 ‘매실매실’과 ‘OMG’는 건강과 맛, 가치 소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2030 여성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설탕 0%의 ‘로(LOW) 푸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설탕 대신 천연 유래 감미료인 스테비아와 에리스리톨을 사용한다. 국산 농산물의 판로를 확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각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관 지어 브랜딩했다. 로브콜의 시작점이자 대표 상품인 매실매실은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 다양한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를 지향한다. OMG는 카페인 없이도 활기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로브콜이 선보인 두 번째 브랜드 ‘OMG’. 로브콜 제공

◆’레드오션’ 지적에도 가능성 믿고 개발

 

 오 대표는 20대 초반에 1년간 카페를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이 지금을 있게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충남 부여에서 ‘굿 뜨래’ 등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고, 여러 피드백을 받으며 성취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카페 이름은 ‘소선루’였는데, 소선이란 간소하게 차를 즐기는 백제시대 문화 양식을 뜻한다. 부여라는 지역 특징과 연관 지은 브랜딩이었다.

 

 하지만 첫 브랜드인 매실매실 개발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잘 알고 지내던 식음료 업계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니 ‘음료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매실은 인기 과일이 아니다’ 등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생산 방식에도 의문을 표했다. 시중 음료들은 대량 생산 방식으로 단가를 낮추는데, 매실매실은 한 포에 고농축 액상이 들어있고 이를 희석해 먹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틈새시장의 가능성과 고객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300번 이상의 개발 및 시음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1년여의 지난한 시간이 지나 완성된 작품이다. 사업화 단계에서 한 파트너사에 뒤통수를 맞기도 했다.

 

 왜 매실을 선택했냐고 묻자 “만성 소화불량이라 매실액을 달고 살았는데, 꼭 설탕을 써야 하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마침 시장을 조사해보니 무설탕 매실액에 대한 니즈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은 오 대표와 팀원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제품 쇼케이스 공간으로 선택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선주문을 진행해 최소 판매목표를 달성하면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오 대표는 “아직도 안 잊히는 숫자가 있다. 바로 첫 펀딩 성공률인 2236%”라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펀딩을 진행해 누적 성공률은 1만5963%에 달한다”고 말했다. 텀블벅에서 2030 여성을 대상으로 차∙음료 카테고리 1위도 기록했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것도 자랑할 만한 성과다.

 

오태근 로브콜 대표는 오프라인 접점에서 소비자와 소통을 이어가면서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용학 기자

◆팬 미팅으로 오프라인 소통, 해외 진출 꿈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온라인에서의 인지도를 높인 로브콜은 이제 오프라인에서도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브콜은 지난해 무인양품 영등포 타임스퀘어 팝업스토어에서 매출 톱3에 등극해 주목받았다. 올해 들어선 서울 주요 거점의 백화점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7회 운영했다. 하반기에도 3차례 더 예정돼 있다.

 

 오 대표는 팝업스토어를 ‘팬 미팅’이라고 부른다. 부스 방문 소비자와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통찰력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에는 오미자 재배지 문경에서 소화와 회복을 위한 오프라인 워크숍 ‘작전타임 하프타임’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묵은 체증을 털어내고 매실매실과 OMG로 만든 차를 나눠 마시며 ‘감정을 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브랜드 가치가 직접 전달된 모습을 본 오 대표는 소통 행사를 1년에 한 번 정례화하는 것을 생각 중이다. 행사 이름은 소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의미를 담아 ‘소화제’로 정했다.

 

 오 대표는 이처럼 오프라인 팬 미팅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중동, 싱가포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오 대표는 “제일 먼저 제품을 전파하고 싶은 곳은 매실 제품을 다양하게 판매하는 일본”이라고 언급했다. 싱가포르 시장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수상 특전으로 싱가포르 연수를 갔는데, 장시간 일하는 직장인이 많은 싱가포르에서는 건강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큰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OMG의 경우 최근 유통사를 통해 중동 및 아시아 지역에 제안을 넣기도 했다.

 

 그는 매실매실과 OMG로 인정받은 브랜드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최근 한 투자사와 지역 자원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 대표는 끝으로 “우리의 고객이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작은 기회도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여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팀원들의 조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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