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일파만파] ‘실패’ 더 많은 MBK… 전문성 떨어지는 사모펀드 민낯?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 놓인 데에는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부족한 경영 능력과 차입매수 방식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비슷한 이유로 인수 기업을 망친 MBK의 과거 사례도 재조명 되고 있다. 전문성과 도덕성이 떨어지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의 민낯이자 한계라는 평가도 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가 다음주 MBK를 대상으로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김병주 MBK 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업계에서 불거진 MBK 책임론에 정치권도 합세하는 모양새다. 국세청 역시 전날부터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연중 최대 세일행사인 홈플런을 진행하며 ‘뛰어야 산다’는 표어를 내걸었지만 11일 직접 방문한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뛰어 다니는 고객은 볼 수 없었다. 보통 손님이 몰리는 저녁시간임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고, 일부 업체의 납품 중지 여파인지 빈 매대도 눈에 띄었다.

 

지난 4일 자금난 등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이어진 적자 사슬의 이유로 대형마트를 향한 규제, 이커머스의 급성장 등을 꼽았다. 하지만 동일한 환경에서 이마트는 2023년 창사 이래 첫 적자(-469억원)를 낸 뒤 지난해 471억원 흑자로 곧장 반등했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로 대표되는 경쟁력 강화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홈플러스 동대문점 매장 근처 신호등에 적신호가 들어와 있다. 김두홍 기자

 

단순히 업계 1위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규모 차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BK의 방만 경영을 꼬집으며 “홈플러스라는 회사 이름과 달리 마이너스 경영을 했다. 점포를 줄이는 등 빼는 경영을 해왔다는 뜻”이라며 “점포 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을 바탕으로 온라인을 강화한다거나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이 없었다. 경쟁사인 이마트, 롯데마트와 달리 홈플러스는 매각 그 자체, 출구 전략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MBK의 능력 부족은 앞선 실패 사례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MBK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포트폴리오를 보면 2005년 출범 후 이날까지 총 52개 기업에 투자(인수)를 했고 다시 매각을 한 사례는 20건이다. MBK 같은 PEF의 최종 목표가 인수한 기업을 더 비싸게 매각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아직 손을 떼지 못한 나머지 32건의 상당수는 실패 혹은 잠재적 실패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코웨이, 오렌지라이프, 대성가스, 두산공작기계처럼 MBK가 조 단위 차익을 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롯데카드, 영화엔지니어링, 딜라이브, 네파, 모던하우스 등 인수 기업의 매출 하락, 구조조정 및 투자축소 등에 따른 노사갈등 같은 문제가 이어지며 실패로 평가받는 건이 더 많다.

 

특히 영화엔지니어링은 철제 구조물 생산 전문기업으로서 2008년 2600억원 매출을 낸 회사였지만 이듬해 MBK에 인수된 뒤 2015년 약 4분의 1 수준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결국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MBK는 1년 뒤 회사를 매각했다.

 

MBK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는 영화엔지니어링. MBK파트너스 홈페이지

 

성공과 실패를 떠나 MBK가 그간 인수한 기업들의 업종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전문성 부족은 필연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어발식으로 일단 기업 인수는 했는데 해당 업종에 관한 이해도 및 안목이 부족하니 지속 가능한 장기 계획은 수립이 어렵고 단기 수익에만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MBK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PEF로 평가 받는 만큼 해당 업계 전체를 향한 무용론도 인다. 자금난에 빠진 기업 입장에서 반가운 돈줄이 되는 것은 맞지만, 인수 시 내세운 경영정상화 및 선진화라는 명분은 모자란 전문성과 책임감에 그저 허울에 그치고 만다는 것.

 

황 교수는 “PEF는 목적은 어떻게든 군살을 빼서 다른 곳에 넘기는 것이다. 일단 매장을 줄이는데, 그 중에서도 알짜를 택한다. 그래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PEF는 유통업의 생리와 본질을 망각한 채 재무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PEF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MBK는 홈플러스 사태 이틀 뒤인 지난 6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인수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금융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의심받는 상황에서 홈플러스 회생에 전념하기는커녕 또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는 행보에 재차 도덕성이 문제되고 있다. 이 또한 PEF의 본질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MBK가 지난해 9월부터 경영권을 노리는 고려아연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으로, 최대주주 영풍과 손잡은 MBK가 현재 지분에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을 앞서 있다. 큰 이변이 없으면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영풍·MBK 연합으로 넘어가는 상황인데 최근 MBK에 관한 부정적 이슈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전날 SNS에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데, 부도덕한 투자자본에 국가기간산업이 넘어가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적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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