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 APEC] 금관·바둑판·황남빵·김·화장품… 각국 정상 위한 ‘맞춤형 선물’ 외교

-갈비, 트럼프와인, 마라 전복, 중국술 등 만찬 먹거리도 눈길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천마총 금관 모형 뒤로 두 정상이 밝게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천마총 금관, 무궁화 훈장, 바둑판, 나전칠기 쟁반, 황남빵, 김, 화장품.

 

1일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는 외교적 성과뿐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에게 건넨 선물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 해외 지도자들의 개인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선물’로 예우를 갖추는 동시에 외교적 실리를 도모했다.

 

가장 주목받은 건 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넨 천마총 금관 모형이었다. 대통령실은 국내 최고 수준의 금속공예 장인에게 요청해 20일에 걸쳐 도금 모형을 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아주 특별하다”, “훌륭하다”며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고 직접 전용기에 실어 미국으로 가져가도록 수행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터준 업적을 기리는 의미라며 한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도 수여했다. 평소 황금을 선호하고 평화적 중재자 역할에 욕심을 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딱 맞는 선물이었던 셈이다.

 

1일 한중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한 최고급 본비자 바둑판.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이날 한중정상회담으로 마주 앉은 시 주석에게는 본비자나무로 제작된 바둑판과 조각 받침대,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선물로 건넸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이 모두 바둑을 좋아한다는 점, 2014년 시 주석이 방한했을 때 한국 측이 바둑알을 선물한 점이 고려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첫 정상회담을 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위해 김과 화장품을 준비하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회견에서 한국의 김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앞으로 한일 관계 발전을 당부하는 의미로 맞춤형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정상들의 입맛을 고려한 다양한 먹거리도 연일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에는 미국산 갈비를 활용한 갈비찜과 ‘PEACE!’ 문구로 장식한 디저트가 제공됐고, 정상 특별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 아들 에릭 트럼프가 운영하는 와이너리의 술이 만찬주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오찬 메뉴. 갈비찝은 미국산 소갈비로 만들었다. 대통령실 제공

 

시 주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경주 명물인 황남빵이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이 한국에 도착한 시점에 맞춰 환영의 뜻으로 “경주의 맛을 즐기시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황남빵을 보자기에 포장해 전달했다.

 

시 주석은 전날 오전 이 대통령을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황남빵을 맛있게 먹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중국 측 대표단을 위해 황남빵 200상자를 추가로 보냈고, 중국 이외 모든 APEC 회원 대표단에도 황남빵을 선물하도록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경주 황남빵. 대통령실 제공

 

이날 시 주석과의 국빈 만찬에는 중국에서 사랑받는 한식 요리인 닭강정과, 한국에서 인기 있는 중국 향신료인 마라 소스를 활용한 전복 볶음이 제공됐다. 대통령실은 “양국 간 끊임없이 이어진 ‘맛의 교류’와 우정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만찬에서는 시 주석이 즐겨 찾는 술로 알려진 중국 술 몽지람도 제공됐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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