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 APEC] 사드로 ‘10년 꽁꽁’ 서해바다… 경제협력 약속한 한중정상회담 ‘난류’ 될까

-바둑판 맞춤선물 포석 아래 이재명 대통령-시진핑 주석 첫 대좌
-한미 안보동맹 강화 기조 유지하면서 중국과 호혜적관계도 약속
-실용주의적 접근 빛나… 한한령 해제 등 실질 성과 도출은 과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주국립박물관에서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도보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최근 10년간 꽁꽁 얼어붙은 한국과 중국 사이 서해바다에 훈훈한 난류가 흘러들기 시작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1일 경주에서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은 대중 실용노선을 분명히 드러내며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섰다.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미중 대결 구도 아래 피할 수 없는 미국과의 안보동맹 강화 기조 속에서도 민생·경제를 연결 고리 삼아 중국과의 관계를 호혜적 구조로 다시 설계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 특유의 실용주의적 접근법도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안미경미(安美經美·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에 의존) 기조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완화하고 대신 민생 협력이라는 명분 하에 중국과 협력의 문을 복원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 주석 역시 최근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등 불편한 상황이 생겼지만 우호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한국 새 정부와의 관계 재정립 가능성을 탐색하는 모양새다.

 

 다만 당장은 핵심 쟁점에 대해 정상 간 공감대를 이룬 것처럼 보이더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될 때까지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정상회담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직접 만나 뵙기를 참으로 기다려왔다”고 말했고 시 주석도 “11년만에 다시 국빈 방한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호혜적 협력 관계도 더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시 주석은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한중 협력에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양 정상은 민생과 경제를 공통 키워드로 서로 협력하며 호혜적 관계를 이루자고 손을 맞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한 구체적 약속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 정부는 향후 한중 고위급 정례소통 채널 가동을 가동하기로 했다. 또 시 주석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과 인공지능(AI)·바이오제약·녹색산업등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도 제안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소노캄 경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중 국빈만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7건의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70조원 규모 통화 스와프 계약,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실버경제 분야 협력,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공동추진,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한국산 생과실의 중국 수출 식물검역요건 협력에 관한 내용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관계를 좁혀가자는 공감대가 정상 사이에서 형성됐고 이를 발판 삼아 구체적인 협력 진전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양국이 이처럼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관계 발전에 뜻을 모은 것은 한국은 물론 중국으로서도 경제·정치적 측면에서 양국 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대외적 불확실성 등으로 중국의 경제 진작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에도 한국과의 협력 중요성은 여전히 작지 않다는 의미인 셈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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