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자, “시위 사망자 5000명 넘었다” 첫 시인

이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한 시위자가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시의 포스터에 붙인 불로 담배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해당 여성은 사진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그것으로 다시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인 뒤 담배를 버리는 모습으로 전 세계에서 이란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AP/뉴시스 

 

지난달부터 이어진 이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5000명을 넘어섰다는 주장이 이란 당국자 입에서 나왔다. 정부와 시위대의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인명 피해가 기존 인권단체 추산보다 훨씬 크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란 당국자는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이번 시위로 최소 500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보안요원 희생자가 약 500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이 활동하는 북서부 지역에서 사망자가 집중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국제 인권단체들이 집계한 통계를 크게 웃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운동가통신은 이번 시위 관련 사망자를 전날 기준 3308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추가로 4382건을 개별 사례로 별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통신은 체포 건수도 2만4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자는 다만 “앞으로 최종 사망자 집계가 급격히 불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시위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다소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국자는 시위의 책임을 외부 세력으로 돌렸다. 그는 “이스라엘과 해외 무장단체들이 시위대의 무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태의 배후에 외국 정부와 조직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내놨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한 지도부 역시 시위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를 강조하면서 그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AP/뉴시스

 

현재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이란 화폐 가치 급락 등 경제난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 규모와 강도가 빠르게 커졌고 수 주일째 전국적인 반정부 움직임으로 확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혈 사태를 우려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자 이란 당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태는 외교·군사적 긴장 국면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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