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터타이어 장착했어요?…렌터카 및 카쉐어링 업체 ‘쉬쉬’

제주 산지·중산간·동부·남부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지난 11일 오전 제주시 어승생 삼거리 입구에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도로통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겨울철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눈이 오지 않더라도 윈터타이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겨울 도로 위험의 핵심은 강설 여부가 아니라 노면 온도와 고무 탄성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사계절 타이어는 영상 7도 이하에서 고무가 빠르게 경화되며 노면과의 밀착성이 떨어져 제동거리와 미끄럼 위험이 증가한다. 반면 윈터타이어는 저온에서도 유연성을 유지하도록 고무 배합을 설계해 같은 조건에서 더 짧은 제동거리를 확보한다.

 

노면 상태도 변수다. 겨울철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도 새벽·야간 시간대에 서리·블랙아이스·결빙 직전의 얇은 수막이 쉽게 형성된다. 겉으로 보기에 마른 아스팔트와 큰 차이가 없어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기 어렵지만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물막이 생기면 마찰 계수가 급격히 낮아진다. 윈터타이어의 미세 홈(사이핑)은 이 수막을 잘게 끊어 노면을 더 강하게 움켜쥐도록 설계돼 있어 제동과 코너링 상황에서 사계절 타이어 대비 여유를 제공한다.

 

구동 방식에 대한 오해도 있다. 사륜구동 차량을 보유한 운전자 가운데 상당수는 “눈길에서는 4WD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는 “사륜구동은 출발과 가속을 도와줄 뿐 멈추는 능력까지 높여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네 바퀴에 동력을 보내더라도 타이어와 노면 사이 접지력이 떨어지면 제동·회피 기동은 동일하게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겨울철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은 구동 방식이 아니라 노면 온도에 맞는 타이어와 적정 속도 유지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이 렌트카·카셰어링 차량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는 윈터타이어 장착 의무 규정이 없어 다수 렌트카·공유차량이 사계절 타이어만으로 연중 운행된다. 제주와 강원도처럼 겨울철 결빙이 잦은 지역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 산지·중산간·동부·남부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지난 11일 오전 제주시 어승생 삼거리 입구에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도로통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제주도 1100도로, 한라산 인근 산간도로, 강원도 영동·영서의 고개길은 결빙과 시야 불량이 겹치는 대표 구간이다. 해안과 도심에서는 도로가 마른 상태로 유지되지만, 고도와 그늘에 따라 산간 지역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노면이 얼어붙는다. 이 구간들은 경사와 곡선 구간이 많고 대부분 1차로 또는 2차로로 구성돼 있어 미끄러짐 발생 시 회피 공간이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렌트카가 사계절 타이어 상태로 이 구간을 오르내리고 운전자 다수는 지역 도로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비게이션 안내만 따라 진입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제주나 강원 산간 지역에서 빙판 사고가 발생하면 단순 접촉 사고를 넘어 연쇄 추돌·전복·낭떠러지 추락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특히 빌린 차량을 운전하는 경우 차량 특성과 타이어 상태를 잘 모르는 데다 눈길 운전 경험도 부족해 위험이 더 커진다”고 우려한다. 렌트카 업체 입장에서는 윈터타이어 세트 비용과 교체·보관 비용, 교체 기간 동안의 차량 운휴 부담이 커 적극적인 도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겨울철 안전을 위해서는 운전자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자가용 운전자는 기온이 영상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시기부터 윈터타이어를 기본 안전장비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제주·강원 등 결빙 위험 지역에서 렌트카를 이용할 경우에는 예약 단계에서 타이어 종류와 4륜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겨울용 타이어 보급 확대와 제도적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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