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철의 생활법률] ‘휴대전화 수리’ 맡긴 90대 노인, 2억 원 털어간 30대 직원의 파렴치한 범죄

사진=최유철(법무사, 부동산학 석사)

휴대전화는 이제 단순한 통신 기기가 아닌, 나의 신분증이자 지갑이다. 은행 앱과 신용카드 정보, 각종 개인 인증서까지 모든 것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이처럼 소중한 휴대전화가 고장 나 수리를 맡길 때, 우리는 직원의 전문성과 선의를 믿고 모든 것을 맡기곤 한다.

 

하지만 만약 그 믿음이 끔찍한 배신으로 돌아온다면 어떨까. ‘설마’ 했던 일이 가장 신뢰해야 할 대리점에서 발생했다.

 

최근 경기도 군포시에서 90대 노인 B씨가 고장 난 휴대전화를 수리하기 위해 대리점을 찾았다. B씨는 신분증과 신용카드가 들어 있는 휴대전화를 직원 A씨(30대)에게 그대로 맡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직원 A씨는 이 틈을 악용했다. 그는 B씨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은행 앱을 통해 B씨의 돈을 자신의 계좌로 무단 이체했다. 그것도 모자라 B씨의 명의로 카드 대출을 받고, 심지어 B씨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온라인 쇼핑까지 했다.

 

B씨의 자녀가 우연히 통장을 확인하다 잔액이 ‘0원’이 된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 약 10개월간 A씨가 편취한 금액은 무려 2억 원에 달했다.

 

결국 A씨는 사기, 사전자기록등위작,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경고하는 법적 쟁점은 무엇일까.

 

A씨의 범행은 단순한 절도가 아니다. A씨는 B씨의 은행 앱에 접근해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고 2억 원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 이는 형법 제347조의2에 규정된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에 해당한다. 타인의 정보를 도용해 금융 시스템 자체를 조작하는 행위는 디지털 사회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는 범죄로, 엄중하게 처벌된다.

 

A씨의 범행이 더욱 비난받는 이유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고 수리점 직원을 쉽게 신뢰하는 90대 고령층의 취약점을 노렸다는 점이다. 업무상 얻게 된 타인의 개인정보와 신뢰를 악용해 가장 보호받아야 할 노인의 전 재산을 탈취한 행위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벌금형 이상의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그럼에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결정적 이유는 A씨가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기죄와 같은 재산 범죄에서는 피해 회복 여부가 형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를 수리점에 맡길 때는 신분증이나 신용카드를 반드시 분리해 본인이 보관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수리 전에 금융 앱을 삭제하거나 접근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것이 안전하며, 수리 후에는 금융 거래 내역이나 대출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은 이처럼 무서운 위험을 동반한다. ‘설마’ 하는 안일한 믿음은 돌이킬 수 없는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A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90대 노인이 잃은 2억 원과 사회적 신뢰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내 정보는 내가 지킨다는 ‘디지털 보안 의식’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이러한 신종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글쓴이: 최유철(법무사, 부동산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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