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NOW] 휴머노이드가 노사 교섭 메뉴에 오른 이유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참가해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왼쪽)과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선보였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두고 “노사 합의 없이는 아틀라스 단 1대도 공장에 들일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로봇·자동화는 설비 투자나 생산성 논의의 영역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노조가 특정 로봇 모델의 도입 여부를 교섭 의제로 올리는 국면이 열린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느끼는 휴머노이드 리스크

 

현대차 노조가 문제 삼는 지점은 명확하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용접·도장 등 일부 공정에 고정 설치돼 사람과 분리된 공간에서 작동하는 설비에 가까웠다. 자동화가 인력 수요를 줄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조합원이 수행하던 여러 직무를 한꺼번에 대체한다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반면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는 두 발로 서서 같은 라인을 따라 움직이며 부품 운반, 조립 보조, 검사 등 여러 작업을 순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동료이자 경쟁자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경제성 계산이 불안감을 키운다. 노조 일각에서는 “휴머노이드 한 대의 연간 유지·운영 비용이 숙련 생산직 한 명의 인건비보다 낮을 수 있다”는 각종 분석을 인용했다. 설령 현재는 생산성이 사람보다 떨어지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성능이 올라가고 단가까지 내려가면 기업 입장에선 ‘교대·휴가·복지 없이 24시간 근무 가능한 노동자’를 유혹적으로 볼 수 있다.

 

노조가 이번에 휴머노이드 문제를 선제적으로 교섭 테이블에 올린 이유는 과거 자동화 설비 도입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시간표가 구체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아틀라스를 2028년 이후 생산 현장에 본격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에서 시범 운용을 거쳐 양산 물량을 확대하고 전용 생산 거점(일종의 로봇 파운드리)까지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대상 공정의 범위도 넓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용접·도장처럼 위험하고 특수한 공정에 머물렀다면 휴머노이드는 부품 상하차, 팔레트 적재, 라인 사이 자재 운반, 단순 조립·검사 보조 등 사람 손이 닿던 틈새 작업을 메울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노조 측이 경계하는 이유다. 

 

◆완성차 공장으로 번지는 휴머노이드 실험

 

이러한 노조의 문제의식은 세계 로봇·자동차 산업이 맞이한 변화와도 맞물린다. 국제로봇연맹(IFR)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가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면서 향후 성장 동력 중 하나로 휴머노이드와 같은 차세대 로봇을 지목했다. 전통적인 고정식 로봇이 공정 단위 효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면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유사한 형태와 동작을 기반으로 공정 간 경계를 넘나드는 ‘범용 노동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휴머노이드 실험은 시작됐다. 테슬라는 최근 ‘옵티머스(Optimus)’ 프로젝트를 통해 부품 운반, 단순 조립 등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를 개발 중이다. 테슬라는 자사 휴머노이드가 내부 공장에서 실제 수율과 비용절감 효과를 입증하면 장기적으로는 연간 수십만~수백만 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물리적 인공지능(AI)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배경에 휴머노이드가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스타트업 피겨AI(Figure AI)의 휴머노이드를 시범 투입해 차체 조립·물류 공정을 테스트했다. 이 로봇은 일정 기간 X3 생산라인 일부에 투입돼 부품 픽업·적재 등의 작업을 담당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등도 창고·물류센터와 조립공정에서 휴머노이드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휴머노이드를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밀고 있다. 다수의 로봇 스타트업이 자동차·배터리·전자 공장과 손잡고 시험 도입을 진행 중이다. 일부 모델은 “현재는 인간의 30~50% 수준 효율”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2027년까지 80% 수준을 목표로 현장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뒤처질 수 없는 휴머노이드 시대 

 

이처럼 세계 완성차·제조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실증이 본격화되자 시장조사업체들은 향후 10년간 휴머노이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로봇 분야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공정별로 따로 설계·설치돼야 하는 반면 휴머노이드는 하드웨어 플랫폼 하나로 소프트웨어·작업환경만 바꿔 여러 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이 강점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만 빠질 수 없는 흐름인 셈이다.

 

반면 노조는 같은 사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위험 작업을 맡긴다 하더라도 기술이 고도화되고 단가가 떨어지면 결국 사람을 줄이려 할 것”이라는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로봇 도입에 따른 인력 재배치·재교육·고용 총량 보장 등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시범 도입이 이뤄질 경우 향후 교섭에서 노동자 측이 뒤늦게 대응하다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자동화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시각이다. 과거 산업용 로봇은 특정 공정의 효율성 문제였지만 휴머노이드는 공정 간 경계를 허무는 범용 노동 플랫폼이자 AI·로봇·배터리·센서가 결합된 전략 산업이라는 것이다. 한 번 대규모 도입이 성공하면 다른 공장·다른 국가로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를 수 있다는 점도 노조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로 지적된다.

 

현대차 노조의 아틀라스 반대는 휴머노이드 시대를 앞둔 노사관계의 예고편에 가깝다. 향후 다른 제조업 현장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이번 사안이 기술 도입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 대립으로 끝날지 아니면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공장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생산적 논의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교섭과 사회적 토론에 달려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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