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제도화를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며, 공시 기준·대상 등에 대한 단계적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공급망 배출량(스코프3)은 공시 범위에 포함하되, 충분한 유예기간과 지원책을 병행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는 4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ESG 금융추진단 제6차 회의’를 열고, 관계부처와 산업계, 투자자, 전문가들과 ESG 공시 제도화의 주요 쟁점을 논의했다.
권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며 우리 자본시장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조성과 주주가치 제고 노력, 기업 실적 개선이 맞물린 결과로 자본시장 규모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한 단계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국내외 동향과 관련해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은 이행 가능성을 고려한 균형 있는 접근을 취하면서도 ESG 정보를 공개해 투자 판단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향성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ESG 공시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11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수립한 만큼 ESG 공시 제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권 부위원장은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ESG 공시 제도화를 차근차근 준비하기 위해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회계기준원이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해당 기준은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IFRS 재단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다만, 온실가스 스코프3 범위를 둘러싸고는 이견이 제기됐다. 경제계는 공급망 전반을 포함하는 스코프3 배출량의 경우 측정과 추정이 어렵다며 공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스코프3를 제외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공정이 공시에서 빠져 공시가 형식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스코프3를 공시 범위에는 포함하되, 적용 시기는 공시기준에서 확정하지 않고 로드맵 논의를 통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날 논의를 토대로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과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한 뒤, 이달 말 ‘제4차 생산적 금융을 위한 대전환 회의’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공개 의견수렴을 거쳐 4월까지 ESG 공시 로드맵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