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C는 GM 산하의 트럭·SUV 특화 브랜드다. 정통 미국식 픽업 트럭 감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간 픽업 트럭 수요가 크지 않았던 한국 시장은 사실상 불모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아웃도어 활동과 전원생활 수요가 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픽업 트럭 본고장의 감성을 번거로운 직수입 절차 없이 국내에서 바로 만날 수 있게 됐다.
GMC가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한국 자동차 시장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아카디아 드날리, 캐니언 드날리, 그리고 향후 상륙이 예고된 허머 EV가 있다. 세 모델은 차급과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미국식 대형차·픽업·전동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한적으로만 경험할 수 있었던 영역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GMC는 최근 김포에서 아키디아 및 캐니언 시승회, 허머EV를 전시하는 행사를 가졌다. 아카디아는 GMC 라인업 가운데 가장 일상적인 성격의 SUV다. 인천·영종고속도로와 도심 주행에서 확인한 아카디아는 크기 대비 운전 부담이 크지 않고, 정숙성과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가속과 여유 있는 차체 움직임은 ‘가족용 대형 SUV’라는 본분에 충실하다. 미국식 SUV 특유의 크기와 존재감을 유지하면서도,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가는 국내 환경에 무리 없이 녹아드는 성격이다.
캐니언은 완전히 다른 영역을 담당한다. 험로 주행과 언덕 오르내리기, 즉 힐 클라임과 힐 디센트 등정통 오프라인 환경에서 캐니언은 정통 픽업트럭의 기본기를 드러낸다. 프레임 바디 특유의 단단함, 저속에서 힘을 몰아주는 토크 특성, 전자식 험로 보조장치가 결합되며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드날리 트림의 고급스러운 실내는 픽업트럭이 더 이상 거친 작업용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두 모델은 국내 픽업·대형 SUV 시장의 인식 변화와 맞물린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픽업트럭은 수요가 제한적인 틈새 차종에 가까웠다. 하지만 캠핑·차박·아웃도어 활동과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공간과 견인 능력, 다목적 활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이 분명히 형성되고 있다. 아카디아와 캐니언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정면으로 겨냥한 모델들이다.
여기에 허머 EV의 등장은 상징성이 더욱 크다. 허머 EV는 단순한 신차가 아니라, 미국식 픽업과 SUV 문화가 전동화 시대에 어떻게 재해석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압도적인 차체 크기와 출력, 오프로드 성능을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구현한 허머 EV는 국내 시장에서도 ‘전기차는 효율 중심’이라는 고정관념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아카디아와 캐니언이 현재의 수요와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한 현실적인 선택지라면, 허머 EV는 그 다음 단계를 제시하는 상징적 모델이다. GMC의 국내 상륙은 단순히 브랜드 하나가 추가되는 차원을 넘어, 한국 시장에서 대형 SUV·픽업·전기차에 대한 선택의 폭과 기준을 동시에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만 국내 생산보다는 수입사로서 입지를 공고히하려는 전략 변경의 수를 두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