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부터 자율주행까지…중국 첨단산업 한국 앞섰다

산업硏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 보고서
"반도체 분야도 팹리스·패키징 등은 중국 경쟁력 높아"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로보월드에서 유니트리 로아스 휴머노이드 로봇이 격투경기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로봇·자율주행 등 대부분의 첨단산업에서 중국이 한국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심지어 한국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 산업에서도 팹리스, 후공정(패키징) 등에선 중국의 경쟁력이 더 높다는 평가다. 한국으로선 중국과 경쟁 및 협력하면서 어떻게 중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조은교·조철·박상수·심우중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공동으로 내놓은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제조 2025 전략의 주요 업종에 해당하는 로봇, 반도체, 전기차(자율주행 포함), 배터리 등의 첨단제조 산업은 2015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로봇, 배터리, 전기차 등의 일부 품목은 중국제조 2025에서 목표로 제시한 국산화율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로봇·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 산업에서 중국이 한국에 견줘 전반적인 밸류체인에서 경쟁력 우위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연구개발(R&D), 공급망, 생산, 서비스, 국내외 수요시장 등 밸류체인 평가에서 로봇,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차는 중국이 우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의 생산 비중은 75.4%에 이른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9월 전문가 설문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전기차는 해외 수요, 서비스 외에 모든 세부 부문에서 중국이 우위를 보였다. 특히 소재·부품 조달, 국내 수요에서 중국의 우위가 확고한 수준이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한국 산업의 버팀목인 반도체에서도 중국의 일부 우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장비 조달, 판매·유지보수 서비스, 해외 수요는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첨단장비와 공정기술이 중요한 파운드리 분야와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제조 공정에서는 한국의 경쟁력이 더 높았다. 하지만 AI칩을 포함한 팹리스, 후공정분야에선 중국이 기술, 가격, 인프라 측면에서 모두 한국에 앞섰다. 원소재 조달 능력이 중요한 소재 분야에서도 중국이 가격과 인프라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산업연구원은 이에 대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면서 양국의 밸류체인 경쟁력은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반도체 또는 반도체 설계 플랫폼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압도적인 우위라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였다.

 

서울 용산구 전기차 브랜드 BYD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전시된 차량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중국을 더는 단순한 생산기지나 판매 시장으로 보지 않고, 대규모 실증과 빠른 확산이 가능한 ‘학습 환경’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한·중 산업 경합성은 이제 첨단제조 분야로 전환됐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규모, 속도, 정부지원 측면에서 한국이 직접 경쟁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며, 또 어떻게 편승해 국익을 극대화할지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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