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AI와 일자리의 상관 관계, 인간은 주체일 수밖에 없는 법

영화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미국이 소련과 우주에 누가 먼저 유인 우주선을 보내느냐는 경쟁을 벌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들이 주인공인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 인종차별이 여전하던 이 시기, 온갖 어려움을 뚫고 미국의 우주선 발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이들의 이야기라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대형 IBM 컴퓨터 도입과 그에 따른 여성 전산원들의 일자리 상실이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지만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궤도에 진입 후 다시 돌아오는 데에 수학 계산은 반드시 필요하다. 올바른 값을 구하지 못하면 우주선 발사도 실패할 수 있고 설사 성공한다 해도 제대로 복귀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십명이 달라붙어 해냈던 이 계산을 IBM 컴퓨터는 1초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영화에서는 계산 담당 전산인원이 필요 없어지게 된다. 당연히 이들의 일자리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21세기에는 기술의 변화 발전이 20세기보다 한층 빨라지고 있다. 여러 기술 중 인공지능(AI)이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해체하는 중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기존 전문직조차 AI로 대체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입되면서 공급망에서도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선진국이 제조업을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에 하청 주던 시대를 끝내버릴 수준에 도달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복잡한 수작업도 소화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개발도상국보다 본국에서 휴머노이드 AI 로봇을 통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해진다.

 

전문직 분야에서 AI는 무서울 정도다. 대표적으로 법률 시장에서 로스쿨을 갓 졸업한 변호사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지는 상황이다. 법률사무소에서 문서와 판례를 찾아보고 초안 작성과 같은 반복 업무는 신입 변호사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제 신입 변호사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지고 있다. 판례와 법리 검토를 거쳐 자문서 작성까지 사람은 며칠이 걸리던 것을 수분에서 수시간 단위로 AI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육체노동자들이 기계가 자신들을 대체하자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듯이 21세기에는 AI와 경쟁이 불가능해진 지능노동자들이 새로운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펼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숨섞인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캐서린 존슨은 어린 시절 수학 신동으로 불렸고 NASA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주선 발사가 자꾸만 실패하자 그가 직접 고안한 수학 공식을 통해 발사각을 수정하게 된다. 우주비행사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던 시절이다. 이제 궤도에 안착한 유인 우주선이 다시 지구로 귀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된다. 우주선이 귀환을 결정할 지점도 수학 계산을 통해 구해야 하는데 이 또한 캐서린이 직접 구한 수학 공식으로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역사 속 캐서린은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 IBM 컴퓨터를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수학 계산식을 구해 마침내 달 탐사부터 화성 탐사에 이르기까지 참여했다. 영화는 컴퓨터를 이용해 빠르게 계산할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영화에서는 컴퓨터 계산 결과가 어제와 다른 수치를 보여주자 혼란에 빠진 NASA 직원들의 모습이 나온다. 결국 우주비행사의 제안으로 캐서린을 급하게 불러 이를 다시 확인해 조정한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는데 캐서린 덕분에 위기를 벗어난 것이다. 실제 캐서린은 이후 NASA에서 나중에 그의 이름을 딴 건물까지 세울 정도로 큰 인물로 인정받게 된다. 단순히 AI에 의존하기만 한다면 진정한 혁신은 이룰 수 없다. 인간이 주체가 돼 AI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 어떤 혁신 기술이든 기존 일자리는 사라지게 했지만 그 대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시키기도 했다. AI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도 경계해야 하지만 무턱대고 비관론에 빠질 필요도 없다. 그 어떤 혁신기술도 인간은 주체일 수밖에 없는 법이다.  

 

[한준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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