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상법 개정안 초읽기] 막판 변수는 ‘비자발적 자사주’…“별도 규정 필요” 신중론도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상법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상법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3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둘러싼 ‘비자발적 자사주’ 처리 문제가 막판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번 개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민의힘과 재계는 획일적인 소각 의무화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국회 내부에서도 비자발적 자사주에 대한 별도 규정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제기되며 입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24일 국회 법안심사자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문위원들은 비자발적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을 주문했다. 현재로서는 자사주 소각 시 자본금 감소 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하는지, 혹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해 해석이 갈릴 수 있어 명문의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는 법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 혼란과 법적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실무적 경고로 풀이된다.

 

재계는 일반적인 주가 부양용 자사주와 달리, 기업 인수합병(M&A)이나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떠안게 된 ‘비자발적 자사주’까지 일괄 소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비자발적 자사주를 소각하면 그만큼 자본금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기업의 부채비율 상승과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본금 감소는 채권자들에게 민감한 사안”이라며 “강제 소각으로 인해 재무 지표가 나빠지면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는 등 예상치 못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국내 코스피·코스닥시장 상장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서 지난달 말 기준 전체 2417개 상장사 중 38.6%인 933곳이 소각 시 자본금 감소를 수반하게 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사 10곳 중 4곳은 개정안 통과 시 즉각적인 재무 구조 재편 압박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M&A 활성화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저해할 수 있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지난 13일 법사위 주최 상법 개정안 공청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대안으로 M&A 등 불가피한 사유로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냈으나, 여당 측의 반대에 부딪혀 수용되지 않았다. 야당은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무력화하고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항에 대해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상법 개정안의 성패는 비자발적 자사주에 대한 예외 조항을 얼마나 세밀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대의와 기업의 경영 안정성 사이에서 국회가 어떤 접점을 찾아낼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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